朴 “정책·인적쇄신·당명변경 등 뼛속까지 바꾸자”

입력 2011-12-15 01:44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쇄신파 의원들은 14일 오후 회동 결과에 모두 만족감을 드러냈다. 양측 모두 당 쇄신과 변화에 대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탈당한 의원들은 미흡하다는 반응을 내놔 이들을 포함한 당내 의원들에 대한 추가 설득은 박 전 대표의 숙제로 남게 됐다.

박 전 대표는 “당의 인적쇄신, 정책쇄신은 물론 당명을 바꾸는 것도 논의하겠다”며 쇄신파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생을 챙기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것이 국민들 원하는 길이고 비대위에서 그것을 이뤄내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내면 당명을 바꾸는 것도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라 보고, 그러한 상황에 가면 당명 바꾸는 것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쇄신파 의견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쇄신파 황영철 의원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내용과 당명을 바꾸는 게 재창당 수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참석한 쇄신파 의원은 “재창당을 요구하자 박 전 대표는 ‘정책이나 인적쇄신 다 철저히 하자. 뼛속까지 바꾸자’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의 쇄신 의지를 확인한 쇄신파들은 전국위원회를 통해 개정될 당헌·당규에 재창당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요구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친박계와 쇄신파 간 핵심 쟁점이었던 공천권 문제도 박 전 대표가 정리했다. 박 전 대표는 “몇몇 사람이 공천권을 독점하는 것은 구시대적 방식”이라며 “대한민국 정당 역사에 모범사례로 남을 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황 의원은 “쇄신파의 염려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천권을 둘러싼 공천 투쟁만 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다”며 “박 전 대표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표는 쇄신과 관련돼 벌어진 당내 갈등을 직접 수습하고 탈당한 두 의원이 탈당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쇄신파의 요구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쇄신파 의원들은 박 전 대표에게 “김성식, 정태근 의원이 탈당을 철회할 수 있도록 ‘인간적인 노력’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박 전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비공개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당을 다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1시간30분 정도 이어진 회동에선 ‘재창당’을 놓고 친박근혜계와 쇄신파가 극심한 의견 대립을 보였던 전날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전 대표는 특유의 ‘썰렁개그’를 구사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쇄신파 의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달라”고 요청하자, 박 전 대표는 “여러분들 하는 것 봐서요”라고 농담을 해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회동이 예정된 오후 5시20분보다 10분쯤 일찍 의원회관에 도착해 선 채로 쇄신파를 기다렸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쇄신파는 구상찬 김세연 임해규 주광덕 황영철 의원 등 7명이었다.

권영진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우리가 생각하는 당의 변화·쇄신이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서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의원도 권 의원에 발언에 동조하며 “허심탄회하게 기탄없이 진지한 대화를 했다. 굉장히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날 탈당계를 제출한 김성식 의원은 “좋은 대화 나누었다니 의미 있게 생각한다”면서도 “문제는 암에 걸린 한나라당에 아스피린 정도 투여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과 함께 탈당을 선언한 정태근 의원 역시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당을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박 전 대표와 쇄신파의 합의 내용도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용택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