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대폭 낮춰 시장 선점하라” 약육강식… 저축銀 전쟁 불붙었다

입력 2011-12-13 18:35


저축은행 시장에서 ‘약육강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금융지주회사 5곳이 인수한 저축은행은 앞다퉈 대출금리를 대폭 내린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 장악에 나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우리·신한·SC금융지주가 인수한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파격적으로 금리를 낮춘 대출 상품을 내놓거나 선보일 계획이다. 지주회사의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자 파격적 금리의 대출상품으로 시장 장악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좌초되면서 마땅한 수익 분야를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출금리를 높이고, 예금금리를 낮춰 예대마진으로 이익을 내는 형편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연 15.00%였던 저축은행의 평균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10월에는 연 16.78%까지 치솟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포문은 SC저축은행이 열었다. 2008년 SC금융이 인수한 예아름저축은행을 모태로 하는 SC저축은행은 최근 대출금리가 연 4.76∼4.96%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연 5%대 초반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보다 금리가 낮다.

제일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인 KB금융은 다음 달 KB저축은행(가칭) 출범에 맞춰 기존 주택대출보다 금리가 훨씬 저렴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의 주택대출 상품 금리는 연 7∼14%에 이른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3월 인수한 우리금융저축은행(옛 삼화저축은행)은 내년 초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중간 수준 금리를 내건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인다. 시중은행의 연 6∼13% 금리보다 높지만 저축은행(연 20∼30%)보다 낮은 10% 후반대 금리가 책정될 예정이다. 토마토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신한금융지주도 기존 저축은행 상품보다 금리가 낮은 새 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 저축은행은 대출금리 인하를 무기로 이미지 개선, 시장 장악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억제책 때문에 대출을 묶은 상황에서 계열 저축은행 쪽에서 고객 기반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저렴한 대출 상품으로 ‘서민금융’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줄 수도 있다.

반면 ‘규모의 경제’에서 뒤지는 중소 저축은행들에는 시장을 빼앗긴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를 등에 업은 저축은행이 금리를 낮추면 나머지 저축은행도 어쩔 수 없이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익 하락, 경쟁력 추락이 불 보듯 뻔하다”며 “양육강식 논리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