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하루 지나서야 “해경 살해 유감”
입력 2011-12-13 22:38
중국 정부가 서해상에서 자국 어민들이 불법조업 중 한국 해경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하루 만에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13일 “이는 불행한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한국 해경이 숨진 것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중국 어민에게 합법적 권익 보장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혀 한국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사실관계만 전달하거나 한국 경찰이 앞으로 중국 어선을 단속할 때 발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대다수 중국 네티즌은 지금까지 보여 왔던 모습처럼 한국 경찰의 책임을 주장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사건 발생 전후 상황만 단순하게 전달했다. 그러나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일부 한국 매체가 서해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메뚜기’에 비유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준전쟁 방식으로 진압해야’ ‘미친개에게는 몽둥이로 대응해야’ 등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전하면서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홍콩 봉황TV 등은 한국 측이 앞으로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하면서 총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명보(明報)는 중국 어선이 한국 해역에서 어로작업을 하려면 10만 위안(1800만원) 이상 들여 허가증을 받아야 하지만 영세한 어부들은 이를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포털 사이트 큐큐닷컴이 이날 긴급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64%가 중국 어민에게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 경찰의 과잉단속 때문이라는 응답은 36%로 나타났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중국인 선장 청다위를 ‘인민 영웅’으로 추켜세우면서 “한국의 폭거에 당당히 행동한 인민 영웅이 털끝 하나라도 다치면 중국 함대가 한국을 묵사발로 만들 것”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 경찰이 권총을 들면 중국 어민은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들 것이고, 한국 경찰이 포격을 하면 중국 어선은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조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비해 일본의 거대 커뮤니티 ‘2CH(2채널)’ 회원들은 평소와 달리 이번 사안의 경우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김상기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