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부 예산, 특정종교 관련 예산 편중 심각하다

입력 2011-12-13 15:55

정부의 내년도 전통문화관련 국고보조금이 특정종교에 지나치게 편중돼있어 한국 교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고보조금 종교별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불교 263억원, 유교 70억원, 원불교 56억원, 천주교 43억원, 민족종교협의회 16억6000만원, 기독교 6억9000만원 순으로 종교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불교관련 예산은 템플스테이 시설과 운영사찰 지원, 템플스테이 홍보 및 교육, 사찰음식 관광자원화 등 명목으로 책정돼있다. 기독교관련 예산은 세계교회협의회(WCC) 2013년 총회 사전 준비행사에 들어갈 3억원을 비롯해 정부의 종교화합과 교류지원 분야 6억9000만원으로 불교의 2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2013년까지 WCC 총회에 총 8억7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세계불교도우회에는 10억원이나 책정돼있다.

종교문화시설 건립 예산안의 경우, 기독교는 단 한건도 없다. 반면 천주교 4건 35억5000만원, 유교 2건 30억원, 불교 2건 20억원, 원불교 1건 54억원, 민족종교협의회 1건 10억원, 다종교 사업 1건 10억원 등이다. 종교문화시설은 민족문화의 보존·전승 및 국민의 여가, 정신 건강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종교문화시설을 올해 2곳에서 11곳으로 늘리고 관련예산을 올해 21억에서 160억원으로 대폭 증액할 계획이다. 정부가 내년에 새로 시작하는 관련 사업은 오죽헌 선비문화체험관 건립, 천태종 전통 명상수련센터 건립, 원불교 국제마음훈련원을 포함한 종교문화 체험시설,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 공원 및 베티 세계순례성지 조성, 종교화합을 위한 안동종교타운 건립 등이다. 2015년 완공 예정인 안동종교타운은 기독교 천주교 불교 유교 민간신앙 등 다종교가 공존하도록 디자인돼있다.

공공정책 포럼 박명수 대표는 “우리나라와 같은 다종교사회에서 정부가 국고를 보조할 때 공공성과 형평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의 내년도 종교관련 예산안은 종교편향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윤희구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도 “정부는 종교활동을 지원하되 다수의 종교들이 자유롭게,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걸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독교가 종교시설 건립 예산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한국교회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기독교대 백종구 교수는 “한국교회가 종교문화 사업을 다양하게 계발하면 관련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못했다”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분발해서 우리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내년이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라는 점에서 정치와 종교의 유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국고보조금 신청 과제 선별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는 종교 표밭을 다지기 위해, 종교는 자신에 유리한 정책을 끌어내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다”며 “정치권은 특정종교에 ‘묻지마식’ 지원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