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2012년 경영 시계제로] 긴장한 현대차 ‘내실’… 역발상 삼성 ‘공격 경영’

입력 2011-12-12 21:26


내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전반적으로 ‘비상경영 또는 내실경영’ 등 위기 관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위기는 기회’라는 역발상으로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등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현대차 등…비상경영, 내실경영=12일 오전 5시30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 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 이른 아침에 정몽구 그룹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평소 오전 6시에서 7시 사이에 출근했지만 최근 들어 6시 이전에 나오는 날이 많아졌다.내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 회장의 고민도 많아졌다는 후문이다. 현대차는 사업을 확장하는 대신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경영 방향을 세우고 있다. 무리한 물량 증대보다는 ‘제값 받기’를 통한 브랜드 인지도와 품질 향상을 도모해 글로벌 일류업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기존의 최선·보통·최악 등 3가지 경우로 나눴던 경제 상황을 5가지로 세분화해 시나리오 경영을 준비 중이다. 올해 초 발표한 그룹의 중·장기 비전인 ‘포스코 2020 비전’ 수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양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기업은 상시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해야 하며, 출자사들은 자체적으로 위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포스코패밀리 차원에서 위기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고 주문했다.

◇위기는 기회다…삼성·LG 등 공격경영 박차=삼성그룹은 공격경영을 통해 전 세계 경기불황에 적극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이건희 회장은 최근 내년 경영구상에 대해 “전 세계 경제가 어려우니 긴장을 더 해야겠다”면서도 “보통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격경영과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어려울 때일수록 공격적으로 경영하겠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라며 “올해도 투자를 많이 했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미 중국에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가동을 목표로 3조∼4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투자규모는 올해보다 20%가량 많은 최대 40조원으로 늘리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지난달 개최한 계열사별 업적보고회를 토대로 내년 사업 계획을 마무리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현재 어려워도 신사업과 연구개발(R&D) 투자, 인재 확보, 동반성장 노력은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올해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현금 확보를 통해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 뛰어든다는 전략이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준비된 경영을 해 달라”며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인접 사업에 뛰어들자”고 강조했다.

맹경환 김정현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