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풍경-서울 남산교회] “66주년 경사스런 해 새 목사님 맞아 기대 두배”
입력 2011-12-11 19:39
11일 오후 새로운 담임목사를 맞이하는 서울 남산교회 성도들의 얼굴에서 어떤 기대감이 읽혀졌다. 19년6개월간 재임한 이충기 목사에 이어 교회를 더 잘 섬겨줄 것을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 보였다. 교회에서 만난 성도들은 “이원재 목사님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들과 함께하는 마음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며 아름다운 교회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에는 신경하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김인환 서울남연회 감독, 정희수 미국 연합감리교회 감독 등 감리교 관계자와 1500여명의 성도들이 참석해 남산교회의 앞날을 축복해 주었다. 남산연합찬양단 단원들은 ‘주님을 찬양하라’라는 축복송을 힘차게 부르며 하나님의 영광이 교회를 통해 온 세상에 전해질 것을 간구했다. 선후배 목회자들도 축하 화환을 통해 ‘임마누엘’(‘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이라는 뜻)의 역사가 교회에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남산교회는 서울 반포4동에 위치한 감리교회다. 1980년 이전에는 서울 회현동에 있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뒤 일본인들이 버리고 떠난 욱정교회를 독립운동가이며 해방 후 감리교 재건 지도자인 이규갑 목사가 인수, 남산현교회 이윤영 목사 등과 함께 1945년 12월 2일에 설립했다. 같은 날 세워진 영락교회 경동교회 서울성남교회와 함께 ‘광복기념교회’로 불린다.
북한에서 월남한 평양 최초의 감리교회인 남산현교회(윌리엄 제임스 홀 미국 선교사가 1893년 설립) 교인들이 이 교회의 주축이 됐다. 남산현교회는 평양 장대현교회와 함께 한국 기독교 영적대각성 부흥운동의 산실로 꼽힌다.
남산교회 담임으로 감리교 재건의 공로자인 변홍규 감독, 감리교 본부 전도국·선교국 총무를 지낸 김창호(1967∼77년 시무), 강병훈(1977∼90년 시무) 목사 등이 봉직했다. 한국 최초로 여성 목사 안수를 받은 전밀라 목사가 전도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한국교회 음악 대가인 고 이유선 장로(찬송 ‘부름받아 나선 이몸’ 작곡가), 구두회 장로(찬송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작곡가) 등도 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50∼70년대 ‘도덕재무장운동’(MRA·Moral Re-Armament) 한국본부를 교회 안에 설치, 대중에게 민족 계몽과 도덕적 가치 확산에도 앞장섰다. 정일형·이태영 박사, 박현숙 장로 같은 독립유공자와 장관, 국회의원 등을 지낸 유명 인사들이 많아 당시 ‘장관 교회’로 불리기도 했다.
남산교회는 남산 3호 터널공사로 인해 80년에 서울 반포의 현 부지로 이전했다. 능곡남산교회와 안성남산교회, 평택남산교회, 아프리카 토고,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등 국내외에 10여개 교회를 개척했다. 지역사회 섬김에도 적극적이다. 독거노인 35가구을 방문해 쌀과 반찬, 과일, 생활필수품을 제공하고 있다. 또 국내외 70여 교회를 매달 10만∼200만원씩 돕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 인근 외국인근로자와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기지촌 여성들에게 생필품을 수시로 전달하고 있다.
성도들은 서울역 노숙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예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최근 이 교회 미용봉사팀은 동네 어르신에게 파마, 드라이 등 머리를 손질해 주는 봉사활동으로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회장상을 받았다. 특히 지역주민에게 매주 화요일 ‘웃음 치유 교실’을 열어 동네 분위기를 밝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교회 인근에 프랑스인이 많아 매년 프랑스 축제에 참석, 후원하는 것도 이 교회가 감당하고 있는 사명 중 하나다.
지난 4일 설립 66주년 기념예배와 세대 간 통합예배, 음악예배, 과거 남산의 식구들을 초청해 감사예배를 드렸다. 오후에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한다는 의미에서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장 임향자 목사를 초청, 예배를 드리고 탈북 청소년 돕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5∼11일엔 전 교인 특별 새벽기도회를 열어 나라와 민족, 이웃과 교회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17일 오후 7시 지역주민을 초청해 미자립교회 돕기 제3회 단비 음악회도 열 예정이다.
남산교회의 표어는 ‘은혜와 사랑이 넘치는 교회’(행 2:46∼47)다. 새 담임 이원재 목사는 3가지 사명을 내세우고 있다. 첫째 주님이 머리되시는 교회, 둘째 이웃과 민족을 섬기는 교회, 셋째 세계를 가슴에 품은 선교 중심적 교회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