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 확산] “출근 시간 황금같은 30분 여유… 일할 맛 나네요”

입력 2011-12-11 18:49


“종전엔 아침이 1분 1초를 다투는 전쟁처럼 시작됐지만 지금은 걸어서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출근합니다. 출근시간이 30분 늦춰진 덕분이죠.”

울산시 양정동 상수도사업본부 북부사업소에 근무하는 이미경(40·8급)씨는 지난 9일 유연근무제를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과 야근이 잦은 경찰관 남편을 챙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씨에게 아침 시간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 제대로 아침밥을 챙겨주지 못하고 정신없이 출근한 날이면 이씨는 불편한 마음에 일손이 잘 잡히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 9월부터 30분 늦은 오전 9시30분까지 출근해 오후 6시30분까지 30분 늦게 퇴근하는 시차출퇴근제를 이용하면서 이런 고민이 줄었다. 이씨는 “30분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제게는 시간 맞춰 아이를 등교시키고 마음 편히 출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면서 “언제든 자유롭게 유연근무제를 신청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 완도군 완도읍 해양수산과학원에 근무하는 이근창(45·행정 6급)씨도 월·금요일에 1시간 늦게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하는 시차출퇴근제를 이용하고 있다.

전남 영광군에서 어머니(74)와 함께 사는 이씨는 지난 8월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 전남도 본청에서 해양수산과학원으로 발령받은 뒤 출근이 힘들어졌다. 승용차로 3시간 거리인 완도까지 출근하기 위해 오전 4∼5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특히 이씨는 새벽 출근 준비로 부인과 세 딸이 잠을 설치는 경우가 있어 미안한 생각이 많았다.

그가 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하면서 여유가 생겼다. 가족과 아침식사를 함께할 수도 있게 됐고, 수면시간이 길어져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 이씨는 “출근이 좀 늦어졌지만 동료 공무원들이 도움을 줘 업무에 전혀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활용해 원격근무와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인 스마트워크센터에 대한 공무원들의 호응도 높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1층에 지난 7일 문을 연 스마트워크센터에는 자료를 중앙 서버에 저장해두고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꺼내 참고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이 정부에서 처음 도입되는 등 센터 기능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 센터는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청와대와 업무 협의 등을 위해 서울에 왔을 때 일할 수 있는 ‘출장형 사무실’로 설계됐다. 면적은 468㎡, 좌석은 53석 규모다. 행정안전부는 당분간 행안부 직원들이 이 센터를 주로 이용하도록 하고, 과천·대전 청사에서 출장 오는 직원들에게는 6석을 제공할 계획이다.

스마트워크센터를 시범 이용해본 보건복지부 소속 김연숙(37·여) 사무관은 “얼굴을 보면서 일하는 문화에 익숙해서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더 많은 지역으로 스마트워크센터가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울산·완도=조원일 이상일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