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 네번째 시리즈 ‘리턴 투 햄릿’ 햄릿 공연 배우들 그들의 뒷 모습 슬퍼서 웃는 아픈 현실
입력 2011-12-11 17:50
2000년대 초반 연극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었던 ‘연극열전’ 시리즈의 네 번째 시즌이 돌아왔다. 첫 작품은 장진이 극작과 연출을 맡은 ‘리턴 투 햄릿’. ‘택시드리벌’ ‘웰컴 투 동막골’ ‘아름다운 사인’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을 선보여 많은 마니아를 확보한 연출가지만, 영화와 방송에 외도하는 동안 대학로에서는 그의 작품을 보기 어려웠다.
큰 줄거리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공연하는 연극배우들의 무대 뒷이야기다. 의욕 하나로 시작했지만 생활을 해결하기 힘든 연극인들의 애환이 상세하게 그려진다. TV 스타로 부와 명예를 쥐었지만 연극배우의 열정을 간직한 햄릿, TV에서는 재연배우에 불과해도 연극에서는 왕 역을 맡는 클로디어스, 병든 아내를 수발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폴로니어스 등. 오필리어는 ‘예술은 모르지만 관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안다’고 말하고, 극중 해설자는 ‘연극을 찾지 않는 건 관객 잘못이 아니다’라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도저히 ‘연극으로는 돈을 벌 수 없는’ 예술인들의 처량한 처지가 웃음 섞여 그려지는데, 이는 타 매체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온 연출가의 자기비하로도 읽힌다. 무대 위와 뒤 배우들의 상반된 모습과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이 쉴 새 없이 관객을 웃기면서도 한편엔 알싸한 쓴웃음을 간직한 셈. 신파로 흐르면서 결말이 다소 상투적인 듯한 느낌은 들지만, ‘장진 표 코미디’는 아직도 유효했다.
코믹과 드라마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절히 혼합됐다. 요컨대 이런 대사들. “솔직히 우리나라 내로라하는 극단들, 대표 죽으면 문 닫아요. 그게 무슨 나라 대표 극단들입니까. 대표가 죄다 연출하고 대표가 죄다 주연하고.” “햄릿이 대사가 좀 많아! 그거 참으면서 대사를 해. 근데 왜 아무도 나의 인내심과 고운 심성에 대해선 칭찬을 해주거나 상을 주지 않는 거야?”
장 연출은 9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용을 바꾸고 싶긴 했지만 예전과 지금 상황을 비교해도 바꿀 이유가 없었다”며 “과잉도 있지만 연극과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애정으로 (극이)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내년 4월 8일까지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김원해 박준서 김지성 이지용 장현석 김대령 등이 출연한다. 티켓 가격은 3만∼5만원.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