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가 삼킨 아프간 복음화의 꿈… 이경휘 선교사 카불서 안타까운 희생
입력 2011-12-09 18:38
세계 최빈국 아프가니스탄에 기독교 복음을 전하기 위해 파송된 미국의 한인 선교사가 파송 한 달여만에 폭탄 테러로 희생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아불 파즐 사원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사망자 59명 가운데 미국 시민권자인 한인 이경휘(47·사진) 선교사가 포함됐다고 인터콥(INTERCP) 선교회가 밝혔다. 이 선교사는 미국 교회에서 파송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도착한 지 한 달 여만에 폭탄 테러 현장을 지나가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는 지난 10월 발·발목 전문의인 부인(41)씨와 함께 어린 두 딸(8세, 5세)을 데리고 자신이 살던 미국 미시간 주를 떠나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이 선교사는 10대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UC데이비스)에서 컴퓨터 학과를 졸업하고, 아프가니스탄 선교사로 파송되기 전까지 IT분야에서 활동을 해왔다.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1997년 교회에서 태국 단기선교를 다녀오면서 선교에 대한 열정을 품게 됐다. 이후 인터콥 비전스쿨에서 선교훈련을 받으면서 이슬람 지역에서 장기 선교사로 헌신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이슬람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비전을 품고 있었던 이 선교사는 미국에서의 풍요스럽고 안정적인 삶을 뒤로 하고 최빈국인 아프간을 첫 선교지로 택했다. 그는 한국의 선교단체 인터콥을 통해 아프간에 파송됐다.
이 선교사가 파송 전 다니던 미시간 주 로체스터 제일사랑교회의 최시훈 목사는 “결혼 전부터 이 선교사는 이슬람권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며 “지난해 3주간 아프간 단기 선교를 다녀온 뒤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는 만나본 이슬람 사람들이 너무 선한 사람들이며, 급진주의자들 때문에 이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을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선교사는 생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아프가니스탄에 묻어달라”는 말을 했다. 고인의 뜻에 따라 그의 시신은 현지에 매장될 예정이다.
이번 폭탄 테러는 시아파 성일(聖日)인 ‘아슈라’ 기념행사가 열리는 사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시아파 신도를 겨냥한 것이다. 2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폭탄 테러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