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5개월 체제 마감… 朴과 상의했나 질문에 “난 한나라당 대표다”
입력 2011-12-09 22:00
한나라당 홍준표호(號)는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압승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호기롭게 출범했다. 그러나 지난 5개월간의 항해 과정에선 홍 대표의 막말과 독단만 난무했고 ‘디도스(DDoS) 쓰나미’를 넘지 못한 채 9일 결국 난파했다.
홍 대표는 취임 초기 계파 타파와 서민정책 강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당선된 지 이틀 만에 사무총장 인선안을 놓고 최고위원들과 정면충돌하면서 리더십에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끝내 자신의 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사무총장 자리에 앉히는 등 당직 인선안을 강행했지만 8월 중순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기까지 당 지도부는 내홍에 휩싸인 채 한 달 이상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 와중에 홍 대표는 7월 중순 저축은행 불법자금 연루 의혹을 캐묻는 여기자에게 “너 맞는 수가 있다”고 폭언을 해서 파문을 일으켰다. 11월에는 대학생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이대(이화여대) 계집애들을 싫어한다”고 했고 “이달 안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면 한 기자의 아구창을 날리는 내기를 했다”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매번 사과를 했지만 지난달 27일에는 트위터에 “나도 화나면 욕도 하고 막말도 했음 참 좋겠다”고 글을 올려 또 비난을 받았다.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 미달과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도 홍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주민투표에 대해 “사실상 승리했다고 본다”고 강변했고, 10·26 재보선 결과를 놓고는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고 평가해 물의를 빚었다.
줄기차게 발생하는 악재에도 꿋꿋이 버티던 홍 대표는 이달 초 터진 디도스 사태로 무릎을 꿇었다. 사태에 대한 대응과 현실 인식이 안일하다는 이유로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이 동반 사퇴했지만 당 쇄신안을 발표하며 마지막 ‘꼼수’를 부렸고,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쇄신안은 최고위 의결 사항이 아니다”며 대표직 수행 의지를 보였다. 오후에는 경찰의 디도스 수사 결과를 논의하기 위한 최고위원회의까지 계획했지만 황우여 원내대표와 친박근혜계마저 등을 돌리자 회의 대신 사퇴 기자회견을 열어야 했다.
그는 대표로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평당원으로 돌아가 대한민국과 한나라당 발전에 한 알의 밀알이 되도록 하겠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근혜 전 대표와 사전에 상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조금 언성을 높이며 “나는 한나라당 대표”라고 일갈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