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개국 1주일 시청자는 냉엄했다… 부실 프로·잦은 사고에 채널 돌려
입력 2011-12-08 18:07
온갖 특혜 논란 속에 지난 1일 개국한 종합편성채널들이 부실한 프로그램, 정치적 편향성, 잦은 방송사고 등 문제점을 노출하며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8일 시청률 조사 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7일 평균 시청률은 JTBC 0.569%, MBN 0.324%, 채널A 0.283%, TV조선 0.249%였다. JTBC가 1%를 웃도는 일부 드라마에 힘입어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지만 모두 시청자들로부터 낙제점이나 다름없는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이 같은 사태는 예견됐던 일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는 게 방송계의 지적이다.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램 편성이 부실하다는 것. JTBC 드라마 ‘발효가족’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인수대비’, MBN 드라마 ‘왓츠업’ ‘뱀파이어 아이돌’ 정도가 관계사 신문지면 등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 속에 눈길을 끌었지만 깊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예능·교양 프로그램도 지상파나 기존 케이블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을 답습하는 데 그쳐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대주주인 ‘조중동매’(조선·중앙·동아일보, 매일경제) 신문의 논조를 답습한 친여·보수 편향적인 색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종편 4사는 개국 첫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를 하나같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TV조선은 방송 도중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낯뜨거운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TV조선의 ‘최박의 시사토크 판’은 첫날 박 전 대표에 이어 5일 이회창 자유선진당 의원, 6일 무소속 강용석 의원, 7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 친여 일색의 인물을 잇달아 초대해 편향성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방송의 선정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채널A는 개국 첫날 강호동의 야쿠자 연루설을 무리하게 보도한 데 이어 다큐멘터리 ‘하얀 묵시록 그린란드’에서 사냥개가 동료 개를 잡아먹는 자극적인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외국에서 사온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으로 편성표를 ‘땜방’하고 있는 것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사는 이유다.
개국 후 매일 종편을 모니터해 온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은 “전반적으로 수준 이하이고 함량미달”이라며 “방송은 국민의 소중한 전파를 사용하는건데 이렇게 허겁지겁 개국해 부실한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건 시청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