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꼬이는 민주 孫-朴 12월 11일 ‘운명의 勢대결’

입력 2011-12-08 23:25

야권 통합을 둘러싼 민주당 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11일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파와 박지원 의원 등 단독전대파 간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양 세력은 8일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손 대표는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지역위원장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변화의 큰 물결과 파고에서 우리가 변화를 이끄느냐, 없어지느냐 하는 생사의 문제”라고 야권 통합을 호소했다. 통합을 지지하는 현역 의원 및 지역위원장 192명도 회의장에 배포한 성명서에서 “통합 결의를 가로막으려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독전대파는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지역위원장들은 회의장에서 “전대에 지도부 불신임안을 상정하라” “당무 감사운운하며 우리를 길들이려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박 의원은 발언대에 나서 “저는 혼자 남더라도 비장한 각오로 소수의 우리가 필요한 상황을 안고 갈 것”이라며 분당을 불사한다는 뉘앙스의 발언까지 했다. 이후 “민주당 전대에서 결정된 것을 따르겠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수위를 낮추기는 했지만 반발 기세는 여전했다.

박 의원 발언 이후 윤호중 전 의원이 발언하려 하자 일부 단독전대파 소속 지역위원장들이 소란을 피웠고 통합파 홍영표 의원이 “이런 식으로 훼방 놓지 말라”고 소리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성난 당원 20여명이 몰려들었고 홍 의원은 단독전대파 당원들에게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당했다. 한 당원이 “(통합파) 의원에게 귀를 뜯겼다. 고소하겠다”며 항의하는 등 소란은 20여분간 계속됐다. 이날 몸싸움은 11일 전대에서 더 큰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을 미리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앞으로 손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함께하지 않겠다”며 손 대표에 대한 대선 지지 철회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전대 불참 여부를 묻는 질문에 “비열한 방법으로 불참한다든지 지역위원회 대의원을 불참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지역위원장회의 직후 기자 브리핑을 통해 “양측의 간격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으니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지역위원장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동안 진행됐다.

민주당은 단독전대파의 불참으로 전대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16개 시·도당별로 중앙당 당직자를 파견하는 등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통합파는 전대가 무산되면 중앙위원회를 열어 통합을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8대 2 혹은 7대 3으로 전대 표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단독전대파는 현재 양측이 5대 5 정도로 팽팽하기 때문에 전대에서 표결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단독전대파는 대의원 1만2000명의 과반수에 가까운 대의원 5400여명이 독자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대소집요구서를 제출한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엄기영 김원철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