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전문가 진단] 긍정적인 삶 중요 20대중반부터 노후대비 ‘습관’을
입력 2011-12-08 17:54
100세 장수 시대가 장밋빛만은 아닐 것이라는 두려움이 우리사회에 팽배하다. 노인들에게 사회 안전망은 아직 촘촘하지 못하고 자녀들에게 기대기에는 중·장년층의 삶이 너무 팍팍해 미안하기만 하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당장 전세난과 결혼준비에 시달리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 은퇴 이후 삶은 먼 훗날 시작해도 좋을 고민처럼 아득하다. 100세 시대가 두려운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준비한 만큼만 행복할 수 있는 게 100세 시대의 단면이라고 입을 모은다. 행복에 대한 삶의 기준을 바꾸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미리 노후를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기업, 사회 각계가 함께 나서서고령사회를 맞이할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꼼꼼한 노후 설계를 위해서는 재무 설계 이외의 설계부터 해야 된다.”
삼성생명은퇴연구소 우재룡(50) 소장은 ‘100세 시대’의 퇴직 예정자들을 위한 연령별 은퇴 대책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금융 전문가로서 당연히 재무 설계를 얘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 소장은 비재무적인 부분을 더 강조했다. 삶의 가치관을 바꾸지 않고는 재무 설계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은퇴 후 삶의 목표를 바꿔라”=‘넓은 집에 살고, 친인척 경조비에 쩨쩨하게 굴지 않고, 자녀들 사는 데 얼마간 도움도 주고, 손자 손녀 용돈도 넉넉히 줄 수 있고, 맛있는 거 먹고 여행도 다니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풍요로운 은퇴 후 생활’을 생각할 때 꼭 들어갈 요소들이다.
그러나 우 소장은 정 반대되는 삶을 제시했다.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자녀들에게 돈을 쓰지 말고, 경조사비를 최대한 아끼고, 소비 수준을 낮춰야 한다.” 다만 그는 “이 같은 ‘감축안’만 제시하면 은퇴 후 삶에 대한 공포감이 커진다”면서 “긍정적인 삶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은퇴가 얼마 안 남은, 50세 안팎의 ‘베이비부머’들에게는 ‘서서히 은퇴하기’와 ‘절반만 은퇴하기’와 같은 대비책을 제시했다. 그는 “자녀들에 대한 투자가 많았고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 베이비부머들은 연금 등 은퇴 후 생활비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경우 ‘징검다리 직업’을 통해 은퇴 시점을 최대한 늦춰야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직장생활 등으로 실현하지 못했던 꿈이나 취미를 살려 소득과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틈틈이 그려 오던 그림을 판매한다든지, 음악 동호회 경험을 살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등이다. 설사 소득으로 연결되지 못 할지라도 취미 생활은 반드시 필요한 ‘은퇴 설계’라고 그는 덧붙였다. 돈 쓸 시간이 적으니 지출이 줄어들고, 삶에 활력이 생겨 건강이 좋아지면 병원비도 덜 들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은퇴 후 쉽게 접근하는 자영업도 어떤식으로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은퇴 후 창업을 할 때는 5년∼10년간의 한시적 사업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그 후에는 체력뿐 아니라 판단력도 떨어져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템을 찾거나 투자하는 초기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대비는 ‘습관’이다”=20∼40대를 위한 은퇴 조언에서 우 소장이 강조한 것은 되도록 빨리 은퇴 준비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판단력이 흐려지고 귀가 얇아지고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노후 준비는 판단력이 뛰어날 때 시작해야 한다.”
그는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60세 은퇴 후 40년간 쓸 생활비를 확보하려면 기대수익률이 4%일 경우 34년간 저축을 해야 한다”면서 “20대 중반부터 노후 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퇴 설계를 할 때 간과해선 안 될 점들도 제시했다. 수명의 최소 10%는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살게 되며 이 기간 동안 간병비용이 고정적으로 들어간다는 것, 부부 중 여성이 10년 이상 더 살게 되며 그 중 5년 이상은 질병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등이다.
그는 “인생 전체를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노후대비가 ‘습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한 자금 전체를 개인이 직접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열심히 일한 사람은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어야 선진국”이라며 “국민연금과 복지 등 국가시스템이 잘 갖춰지도록 정책결정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도 노후 대비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