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월드컵팀 지휘할 듯
입력 2011-12-08 21:37
홍명보(42)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내년 2월 말 쿠웨이트 전까지만 성인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는 방안이 대한축구협회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국 축구의 2가지 당면 목표인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 티켓 확보를 위해 한시적인 성인·올림픽 대표팀 단일 감독 체제로 가자는 것이다.
조광래 감독을 전격 경질한 협회가 홍명보 대안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내년 2월 성인·올림픽 대표팀 경기 일정과 전체적인 대표팀 운영의 효율성 2가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내년 2월 5일 사우디(원정), 2월 22일 오만(원정)과 런던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 4·5차전을 치른다. 2월 29일에는 성인 대표팀이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 6차전을 갖는다. 불과 한 달 이내에 2가지 목표 달성 여부가 판가름날 경기가 촘촘하게 몰려 있다.
따라서 새로 성인 대표팀 감독을 선임해 선수 파악 시간 낭비 등 복잡하게 가는 것보다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모두 잘 아는 홍 감독이 한시적으로 통합 사령탑을 맡는 게 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는 논리다.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에서 구자철 등을 발탁한 홍 감독은 박주영, 기성용 그리고 쿠웨이트 전 복귀가 예상되는 이청용과는 2006년 독일월드컵,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서 코치-선수로 호흡을 맞췄다. 실제 2000년과 2007년 각각 허정무, 핌 베어벡 감독이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한 바 있다.
이 경우 홍 감독은 성인·올림픽 대표팀을 위한 사실상의 단일 선수 풀을 구성할 수 있어 선수들 몸 상태 체크 및 선수 선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간 차출 갈등도 사라진다. 홍 감독은 쿠웨이트 전을 마친 뒤 성인 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내려놓고, 기존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서 남은 6차전 카타르 전(3월 14일)을 치른 뒤 런던올림픽 준비에만 전념하면 된다.
협회도 홍명보 단일 감독 체제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를 막는 것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 당면 목표부터 달성한 뒤 내년 3월 새 성인 대표팀 감독 선임에 나서는 극약처방까지도 고려 중이다.
문제는 홍 감독의 수락 여부다. 홍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만 이끌기에도 벅차다”며 단일 감독직에 펄쩍 뛰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홍 감독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나 지금 한국 축구는 평시가 아닌 전시에 가깝다”며 “월드컵 행 좌절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