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성공의 열쇠는 언어다] 한국의 이중언어 교육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1-12-08 17:32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이민자 부모 출신국 언어를 나타내는 용어 정립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다문화가족 자녀의 결혼이민 부모 출신국 언어 습득을 위한 교육지원 사례 연구’에서 지적된 사항이다. 현재는 결혼이민자 부모 출신국 언어를 이중언어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명칭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직 정확한 용어도 없을 정도인 우리나라의 이중언어 교육 실태와 외국 사례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나라 이중언어 교육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처음으로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엄마 또는 아버지 나라 말을 가르치는 ‘언어영재교실’ 사업을 시작했다. 여성가족부가 주관이 돼 전국 200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중 100개 센터에서, 만 3세 이상부터 초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캄보디아어 몽골어를 가르치고 있다. 문화감수성을 지닌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비다문화가정(일반가정) 자녀를 비롯해 결혼이민자의 배우자 시부모 등 다문화가족도 참여하도록 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부터 다문화가정 학생 맞춤형 교육지원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이중언어 강사 제도도 이중언어 교육에 힘이 되고 있다. 이 제도의 목적은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중도입국자녀의 학교생활 적응 및 한국어 교육 겸 출신국 언어 지도여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이중언어 교육을 위해 여성부 교과부 등 두 부처가 나서고 있지만 문제는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아동이 극소수라는 점이다. 여성부의 언어영재교실 수강생은 올 6월 말 현재 3340여명이다. 이 중 1500여명이 다문화가정 자녀로, 전체 대상 아동 8만788명의 2%가 채 안 된다.
일부 언어에 치우쳐 있는 것도 문제다. 중국어가 72개 센터에 개설돼 있는 반면 베트남어 13개 센터, 러시아어 3개 센터, 몽골어 2개 센터, 캄보디아어는 1개 센터에서만 강의하고 있다. 전체 결혼이민자의 5.7%를 차지하고 있는 필리핀어를 가르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교과부가 실시하고 있는 이중언어 강사 제도도 서울과 경기도 내에 있는 극히 일부 학교에 한정돼 있다. 서울은 유치원 30곳, 초등학교 56개교에, 경기도는 69개교에 이중언어 교사가 배치돼 있을 뿐이다. 올 4월 교과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다문화가정 자녀가 재학하고 있는 초등학교는 서울 499개교(10명 이상 139개교), 경기도는 946개교(10명 이상 179개교)나 된다.
민간 차원에서 운영되는 이중언어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경기도 부천의 무지개주말학교와 하나토요베트남학교가 대표적인 경우. 무지개주말학교는 교사동아리가 중심이 돼 2008년부터 수업이 있는 토요일(격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수준별 이중언어 교육을 하고 있다. 아동은 필리핀어 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 자신의 부모 언어 및 문화를 배우고 부모는 한국어를 배운다. 언어수업 이후에는 1시간 동안 아동은 독서 종이접기 축구 등을, 부모는 연극 요가 등 취미활동을 한다. 참여 학생은 50여명.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하나토요베트남학교는 서울 인천 안산 등 3곳에 있다. 2008년부터 매주 토요일 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는 언어수업과 한국·베트남 비교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참여 학생은 85명 정도.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이중언어교육을 공교육 과정에서 실시하기 위해 다문화교육진흥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 조례가 경기도 교육위원회를 통과해 도내 28개 지역교육지원청별로 지정된 다문화거점학교에서 이중언어 교실을 열게 되면 이중언어 교육이 공교육으로 진입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