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다시 보다] ‘재정통합’ 승부수 통할까… 회원국 재량권 줄이고 위반땐 제재한다지만 실효 의문
입력 2011-12-08 14:52
지난 1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혁명’은 이집트와 리비아를 거쳐 예멘 시리아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여름 스페인 ‘분노한 사람들’에서 촉발된 유럽발 시위는 미국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를 거쳐 런던 등 유럽 각 도시로 번졌다.
아랍의 독재자가 시민의 저항에 직면했다면, 유럽 정부는 시장의 저항에 맞닥뜨린 것이다. 이제 정치와 경제 문화는 어느 때보다 연관이 깊어졌다. 정치를 못하니 경제가 파탄 나고, 실업률이 높아지고 물가가 오르니 인심이 팍팍해진다. 종전처럼 이민자에 대한 관대함을 가질 여유가 없어졌다.
최근 영국에서는 공공부분 노조들이 총파업을 벌였다. 무려 200만명이 참여한 3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였다. 이들은 ‘돈은 더 내고 일은 더 하라는’ 정부의 연금 정책에 항의했다.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부채가 심한 국가들도 정부의 재정 긴축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파업으로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스페인 25세 미만 청년 가운데 40% 이상이 일자리가 없다. 이는 튀니지의 30%, 이집트의 25%보다 오히려 높은 것이다.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의 경제 성장은 멈췄다.
이들 국가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자극받은 유럽연합(EU)이 통화 연합이라는 재정·경제적 규율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정부의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거쳐 EU 내부 핵심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독일이 ‘올리브 벨트’(남유럽) 지원에 등을 돌려 유로존이 혼돈 속에 무너지고 유럽 전반적으로 극우당이 세력을 잡으면서 사회민주주의모델이 붕괴하는 것이다.
현재 유로존에는 단일통화인 유로화와 단일 중앙은행인 ECB가 존재한다. 지금의 유로존은 ‘통화동맹’에 그친다. 재정정책은 회원국에 재량권이 있다. EU에 가입하려면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가입한 이후에는 이 기준을 위반해도 제재할 실효성이 있는 수단이 없다. 이 허점이 그리스 재정 위기를 낳았다.
이에 따라 각 회원국이 예산을 세우고 집행할 때 EU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위반하면 제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재정통합의 구상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9일(현지시간)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사실상 마지막 카드가 될 유로존 재정통합 방안을 제시한다. 그 결과가 주목된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