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공화당 공급 경제학은 실패”

입력 2011-12-07 18:2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경제 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 공급 경제학을 이미 ‘실패한 학문’이라고 선언했다.

공화당이 공급 위주의 경제를 추진함으로써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이는 민주주의의 쇠퇴를 불러왔다고까지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출신으로 진보적 정치 철학과 공정한 경제를 실현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을 자신의 멘토로 내세웠다. 지금의 공화당을 공격하기 위해 가장 성공한 역대 대통령 중 하나라고 공화당이 내세우는 루스벨트 대통령을 끌어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보수 진영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캔자스주 오사와토미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연설을 통해 “공급 경제학은 불균형을 확산시키고,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도덕적 결함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급 경제학은 수요보다 공급 측면을 중시하는 학문으로, 1980년대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였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대통령의 공급 경제학에 대한 비난은 현재 공화당 정책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출한 고용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는 등 민주당 정부의 경제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작심하고 공화당 경제정책을 비판한 오사와토미는 바로 100년 전인 1912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에서 신국가주의(New Nationalism)를 선언한 역사적인 곳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당시 보수 진영의 대표자로 나섰음에도,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 정부가 복지와 사회정의를 위해 좀 더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민주당에 가까운 정책을 지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 위기의 본질은 경제적 불평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중산층을 위한 기회의 균등을 강조했다. 이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평 정책(square deal)을 주창한 것과 거의 비슷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곳에서 그런 연설을 한 이후 급진주의자, 사회주의자, 심지어 공산주의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면서 “하지만 그때 그 원칙 때문에 미국은 부강한 나라, 민주주의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