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교회- 경남 진주 강남 교회] 300여 형제·자매, 신앙공동체·섬김의 꿈 키우다

입력 2011-12-07 18:04


경남 진주에는 진양호가 있다. 서부경남 최고의 명승지로서 이곳 주민들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1969년 만들어진 인공호수인 이곳은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의 멋들어진 풍광을 자랑하면서 인근 7개 시·군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진양호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게 있다. 이곳 주민들의 ‘로망’이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꿈을 만들고 낭만을 구가했다. 숱한 청춘 남녀들이 이곳에서 저마다의 러브스토리를 엮어 왔다.

이 진양호 인근에 또 다른 로망을 만들고 있는 곳이 있다. 진주시 판문동 278-21 강남교회(055-747-2939). 이곳에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고자 하는 300여 교인이 신앙공동체를 이뤄 하늘나라의 로망, 복음과 진리의 로망, 사랑과 섬김의 로망을 엮어가고 있다.

서울에서 진주 강남교회를 찾아가는 길은 의외로 쉽다. 경부고속도로(혹은 중부고속도로)에 이어 통영-대전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진주IC로 들어가면 금세 교회를 만날 수 있다. 톨게이트를 벗어나 왼쪽 진양호 방향으로 쭉 가다 소싸움경기장을 지나면 바로 교회가 있다.

강남교회로 들어가는 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행정구역은 진주시이지만 주변 풍경은 온통 시골 분위기다. 하지만 막상 교회 입구에 다다르면 또 다른 느낌이다. 잘 닦여진 대로변에 제법 웅장한 자태로 버티고 선 교회당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뭔가 대단한 역사가 이뤄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역시 그렇다. 교회 입구의 ‘강남 쉼터’라는 팻말을 달고 있는 건물이 금세 교회의 속살을 보여준다. 평일인데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후줄근한 차림새 등으로 볼 때 교인들은 아닌 것 같다. 혼자 사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한다. 교회에서 제공하는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모여든 이들이다.

조심스레 쉼터 안으로 들어서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 하실래요?” 기웃거리는 이방인에게 봉사자인 듯한 남자 교인이 묻는다. 주방 안에서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몇 명의 여자 교인들이 보인다. 흰 쌀밥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국, 네 가지 반찬이 담긴 식판이 정갈하다.

교회 주변을 둘러본다. 대리석으로 된 전면에 십자가 탑을 높이 세우고 적벽돌로 지어진 교회당이 소박하면서 중후해 보인다. 전면에 붙어 있는 예수님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양무리를 물가로 인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교회당 옆으로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밭이 있고, 뒤쪽으로는 조경수가 빽빽이 심어져 있다. 시선을 멀리 향하니 빙 둘러선 산으로 인해 아담하면서 포근한 느낌을 준다. 다시 교회 주변을 살피니 ‘오직 예수 오직 제자’라는 글귀를 새긴 커다란 비석과 소나무 향나무 등으로 된 조경이 예쁘다.

예수의 제자들… 건강한 교회

교회당 안으로 들어서자 “믿음이 더 굳건해지고 수가 날마다 늘어나는 교회”(행 16:5)라는 올해의 표어가 맨 먼저 보인다. 그리고 이달의 말씀이라는 제목 아래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롬 8:18)라는 성경구절이 붙어 있다. 두 글귀에서 교회가 지향하는 바가 대충 감지된다.

강남교회는 올해로 정확히 설립 60주년을 채웠다. 전쟁 통이던 1951년 진주시 강남동의 한 민가를 빌려 예배를 드리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서부경남의 복음화를 위해 매진하면서 이 지역 감리교단의 모교회 역할을 맡아왔다. 교회는 진주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강 건너’에서 47년 동안 버티다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기 위해 98년 현재의 판문동으로 이사했다. 이후 2005년 현재의 땅과 건물로 완전히 모양을 갖추었다.

현재 담임인 권영화(60) 목사는 강남교회 현대사와 성장사를 써온 주역이다. 92년 부임한 이래 20년 동안 교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목회 여정을 걸어왔다. 우연하게도 교회와 ‘동갑’인 권 목사는 교인수 30여명의 작은 교회를 진주에서는 제법 규모 있는 교회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건 따로 있는 듯하다. “교회당 크기나 교인수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라는 그의 말이 뭔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건강한 교회를 지향합니다. 세상 속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선 교인들이 행복하게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말씀과 성령에 의해서 온전한 예수의 제자로 변화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거기까지 가야 참된 교회가 되는 겁니다.”

쉼터, 축구선교축제… 성장하는 교회

권 목사의 바람직한 교회상을 듣자 교회 입구의 ‘강남 쉼터’가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됐다. 세상을 향해 섬김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웃을 향해 교회의 빗장을 열어젖히겠다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먼저 돌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07년 시작한 쉼터는 이제 진주 지역에 제법 많이 알려졌다. 인근에서는 물론이고 두 시간 넘게 차를 타고 오는 이들도 더러 있다. 어려운 이들끼리 만나 서로 위로하고 교제하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쉼을 얻는 장소가 됐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항상 문을 열기 위해서 교회에선 봉사자들의 당번표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주일이면 교인들의 ‘만나식당’으로 활용된다.

“쉼터 앞 공간을 잘 꾸며 이웃 주민들이 무시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누구나 오고가다 들어와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내놓는 거죠.”

그러고 보니 식당도 쉼터이고 건물 옆 공간도 쉼터다. 문외한의 눈에도 제법 품격이 느껴지는 조경수에 차양막 탁자와 의자 등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강남교회가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은 다양하게 이뤄진다. 그중 또 하나 명물로 자리잡은 게 ‘축구선교축제’다.

경남과 전남의 교회 축구팀과 일반 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축구로 교류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행사가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어 해마다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오는 17일 인근 문산의 축구장에서 15개 팀이 모여 행사를 연다.

교회에서 제법 오랜 시간 머무르고도 보이지 않던 게 뒤늦게 눈에 들어온다. 교회 인근 지역의 또 다른 풍경이다. 기존의 아파트 단지에다가 지금도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교회 성장에 아주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에 “강남교회는 복 받은 교회인 것 같네요”라고 불쑥 내뱉고 만다. 속된 표현인 것 같다고 여기던 차에 “맞습니다”라고 맞장구를 쳐주는 한 남자 집사가 고맙다.

진양호의 로망, 예수의 로망

진주 강남교회는 진양호와 불가분이다. 일단 지리적으로 지척에 있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진중하면서 속 깊은 점이 닮았다. 그래서 강남교회에 가면 진양호를 가보고, 진양호에 놀러 가는 길이면 강남교회를 찾아보는 게 좋다.

바람은 좀 차갑지만 햇살이 따사롭다. 늦가을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초겨울이라고 해야 좋을지 계절을 매기기 어렵다. 어쨌든 12월에 접어들며 다소 추위가 매서워진 날 바라본 진양호의 풍경은 차분하면서 정겹고 아름답다. 호수를 보기 위해서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역시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호수가 산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경치가 한동안 발길을 붙들어 맨다.

수면 위로 빛나는 햇빛에 눈이 부신다. 긴 제방과 호수의 위용이 대단하다. 여기저기 렌즈에 경치를 담는 이들이 보인다. 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어떤 렌즈로도 담을 수 있을까 싶다. 그저 조용히 바라볼 수밖에…. 지리산과 덕유산의 실핏줄 같은 계곡 사이로 흘러내린 물이 경호강과 덕천강을 타고 내려와 거대한 호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묘한 감상이 일어난다. 자연과 인공의 합작품이라고 해야 하나?

진양호의 석양이 멋있다는 풍문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는 시간에 진양호공원을 둘러본다. 동물원, 가족쉼터, 놀이공원(진주랜드), 삼림욕장 등 위락·휴식 공간이 있다. 정처없이 아래쪽으로 발길을 향하는데, 어디선가 귀에 익은 유행가 가락이 들려온다. “운다고 옛사람이 오리오마는/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그 누가 불어주나 휘파람 소리” 남강댐 공사를 시작하던 62년에 44세로 요절한 진주 출신 가수 남인수의 노래다. 소리 나는 쪽으로 다가가니 그의 노래비가 외로이 서 있다.

다시 전망대로 올라선다. 멀리 산 쪽에서부터 붉게 물든다. 붉은 기운이 호수로도 내려앉는다. 붉은 빛 사이로 어렴풋이 푸른 빛이 감돈다. 옆에서 누군가가 탄성을 내지른다. 주변을 보니 여러 쌍의 남녀가 저마다 다정하게 경치를 즐기고 있다. 많은 이들이 그랬듯이 저들도 진양호의 로망을 만들기 위해 왔을 거라고 추측된다. 불현듯 저 아래 강남교회가 떠오른다. 예수 그리스도의 로망을 추구하는 곳 말이다. 복음과 진리를 붙들고, 사랑과 섬김을 펼쳐나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이는 곳 말이다.

진주=글 정수익 선임기자·사진 홍해인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