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인화학교 졸업생들 도심에 아담한 커피숍… 긴 악몽 씻고 바리스타 꿈 영근다
입력 2011-12-06 22:02
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인 광주 인화학교 출신 청각장애인들이 커피숍 개업을 통해 자립에 나선다. 개업 준비과정에서 영화의 원작소설 ‘도가니’를 쓴 공지영씨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는 인화학교 출신 청각장애인들이 참여한 커피숍 ‘홀더카페’가 오는 21일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옥 1층 로비에서 개업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개업식에는 공씨도 참석해 사인회를 열 예정이다.
카페 창업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년 전부터 대책위와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홀더(홀로 삶을 세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등은 창업 후원금을 위해 ‘행복의 도가니-홀더 후원의 밤’ 행사를 두 차례 열었다. 공씨는 2009년 첫 번째 행사부터 참여했다.
지난 8월 열린 두 번째 행사에서는 트위터를 통해 사연을 전해 들은 탤런트 김여진씨가 사회를 맡았고 가수 박혜경씨가 ‘안녕’, ‘레몬트리’ 등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며 관심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렇게 걷힌 후원금은 약 3000만원에 불과, 창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공씨는 소설 ‘도가니’를 출판한 ‘창작과 비평’에 제안해 각각 5000만원씩 총 1억원을 쾌척하기로 했다. 또 광주도시철도공사의 ‘파격적 조건’으로 15∼16평 정도의 공간이 생기면서 창업에 속도가 붙었다.
‘홀더카페’ 운영에는 경력 8년차의 바리스타 임모(35)씨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인화학교를 졸업한 청각장애인 3∼4명이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일을 하면서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에 도전할 예정이다.
오제헌(51) 홀더 운영위원은 “그동안 영화 도가니로 화제는 많이 됐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움직임은 없었다”며 “공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창업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개업할 커피숍 위치는 보험회사가 10개 이상 입점해 있을 정도로 좋은 자리”라며 “홀더카페 점포를 지속적으로 추가 개점해 더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