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모나리자의 미소가 아름다운 것은 슬픔도 함께 담겨있기 때문
입력 2011-12-06 17:58
감정치유기도/이경용 지음/두란노
‘모나리자의 미소’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모나리자는 과연 행복한 여인일까?’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을 쓴 에드 디너는 모나리자가 83%만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머지 17%는 슬픔과 외로움, 우울로 채워져 있다.
저자 이경용 목사는 모나리자의 미소가 아름다운 것은 100% 행복으로 충만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17%의 슬픔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장신대와 토론토대학교, 풀러신학교 등에서 공부한 이 목사는 현재 서울 소망교회 부목사로 사역 중이다. 영성 신학과 목회를 추구하는 모임인 ‘영성나무’의 총무다. 오랜 시간동안 영성을 공부했고, 삶과 목회에서 실천하고 있다.
이 책 표지 제목 위에는 ‘메마르고 상한 감정 기도를 치유와 회복의 정감 기도로 바꾸길 원하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책’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감정(感情·Emotion)기도를 정감(情感·Affection)기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키포인트다. 저자는 책에서 모든 사람에게는 모나리자의 17%에 해당되는 슬픔과 우울, 외로움이 있다고 말한다. 스캇펙이 그의 명저 ‘아직도 가야할 길’ 초두에 ‘삶은 고해(苦海)’라고 썼던 것과 같이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 삶의 고통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인간의 감정이다. 저자는 말한다.
“감정은 참 묘한 것이어서 우리를 하늘 높이 날게도 하지만, 때로는 지옥문턱까지 끌고 가기도 합니다. 감정은 무지개처럼 아름답고 신비롭기도 하지만, 때로는 썩은 생선처럼 냄새를 내기도 합니다.”
맞는 말이다. 특히 한국인들 가운데는 ‘욱’하는 감정의 소유자들이 많다. 선하게 시작된 교회사역이 실패로 끝나게 되는 중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감정 문제다. 추천사를 쓴 김지철 소망교회 목사의 말처럼 “기분 나쁘면 천국도 가지 않겠다”는 것이 한국 교회 성도들의 정서 상태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감정을 대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신앙적 자세는 자기 감정의 한계를 인정하고 신앙 안에서 한 단계 성숙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구체적 방법으로 ‘감정기도(emotional prayer)’에서 ‘정감기도(affective prayer)로 나갈 것을 제안한다. 그에 따르면 감정이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이라면 정감은 성숙해진 감정이다. 감정은 제거할 수 없기에 그 감정을 성숙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책에서 성경 인물 가운데 감정에 머물러 실패한 사람들과 감정을 넘어 정감기도를 드림으로써 하나님의 뜻에 부합된 삶을 산 사람들을 날카롭게 대비시킨다. 가인과 삼손, 압살롬과 사울은 감정에 머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욱 선생’ 때문에 인생을 망친 삼손에 대해 저자는 ‘네 시작은 창대했으나 네 나중은 미약했다’는 고백을 할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무릎을 치게 하는 언어와 표현들이 나온다. 오랜 독서와 영성적 사고로 사회 현상을 바라본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글들이다.
감정을 넘어 정감기도를 드린 사람의 예로 하갈과 야베스, 한나 등이 제시됐다. 역대상에 나오는 야베스(Jabez)의 이름 뜻은 ‘수고로이 낳았다’는 뜻이다. 영어성경은 이를 ‘고통’, 혹은 ‘괴로움’으로 표현한다. 그 비극적 이름의 소유자 야베스가 어떻게 지경을 넓힐 수 있으며 환란을 벗어나 근심이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었을까? 그것이 바로 정감기도의 위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목사는 “고통이 좌절과 탈선으로 가느냐, 아니면 성숙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은 기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감정의 질적인 변화는 기도 중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야베스는 통곡의 기도를 통해 상한 감정을 쏟아냈다. 결국 그 눈물의 기도가 상처 난 감정을 따뜻한 정감으로 바뀌게 했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책은 또한 시편에 나타난 정감기도의 사례들도 제시하고 있다. 독자들은 목마른 사슴의 노래, 다윗의 저주기도와 정감기도 등에서도 많은 교훈을 얻게 된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가운데 하나가 극심한 사춘기를 겪었던 아들과 치렀던 ‘감정적 사투’였다. 아들과의 갈등 속에서 감정에 대해 새롭게 보게 됐고 성경 속 인물들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감정의 처리는 영성형성의 핵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아들과의 감정적 사투 속에서 절망했던 이 목사는 “그런 너는?”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손을 들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은 ‘끝까지 참고 견디는 온유한 사랑’임을 깨닫게 됐다. 그 순간 그의 가슴이 깨어지고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책의 행간에는 이 과정이 들어 있다. 그럼 아버지와 아들 간 사투의 결과는? 아버지의 감정이 치유된 이후 아들은 달라졌다. 이 목사는 말한다. “아들은 이제 ‘양반’이 됐어요.”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