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의 교회이야기] 하나님은 선하시다 ③
입력 2011-12-06 17:57
멀리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온 반가운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인은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 대표를 역임한 이현정 목사. 생각해보니 십수 년 동안 이 목사를 알고 지냈다.
평생을 UBF에서 복음 전파에 바친 이 목사는 넉넉하고 선한 인격의 소유자였다. 50이 넘은 나이에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자비량 평신도 선교를 주제로 공부하며 학위를 딴 학구파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6월 UBF 한국 대표직을 후임자에게 위임하고 중앙무대에서 떠났다. 이후 일체의 연락도 없었다. 사람들은 “이 목사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에 대해서 궁금해하던 차에 짐바브웨로부터 메일 한 통이 날아온 것이다. “주 안에서 문안합니다.(중략) 한국에서의 사명을 마친 후 성령님은 저에게 직접 선교지에서 고난의 삶을 체험하고 선교 역사에 직접 동참해 봐야겠다는 소명의식을 주셨습니다. 1년여간의 기도 응답으로 아프리카로 파송 받고자 하는 소원을 주셨습니다.”
그의 메일은 계속 이어졌다. “대표직 위임 후에 ‘이제 미국에 와서 좀 휴식을 취하라’고 권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저는 휴식을 취하더라도 오지 선교지에 가서 쉴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자비량 전문인 선교를 연구하고, 책을 쓰고, 가르치고, 수많은 전문인 선교사들을 파송했으니 이제 직접 현장에서 선교사의 삶을 체험해보고자 하는 소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소원으로 이 목사는 짐바브웨로 가게 됐다. 그의 나이 만 67세. 고희를 앞두고 그는 새로운 인생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준비된 것, 없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의 전 인생을 인도해주신 선하신 하나님은 짐바브웨에 그가 해야 할 ‘더 좋은 것’을 예비해 주셨다.
짐바브웨 도착 후 이 목사는 한 선교사의 안내로 짐바브웨 국립대학교의 국제관계책임자를 만났다. 자신의 이력서와 각종 증명서를 주면서 그 대학에 한국어과정을 개설, 자원봉사 교수로 가르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도 중에 떠오른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와 아내, 한국의 동역자들은 이 일이 성사되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4주 후, 짐바브웨 문과대학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는 이 목사에게 학교 측이 한국어 과정 개설을 결정했다고 통고했다. 11월 3일 짐바브웨 국립대학교에 최초로 한국어과정이 시작됐다. 학생들이 너무 몰려 200명 등록을 사전에 마감해야 할 정도였다.
이 목사는 지금 아침이슬 같은 짐바브웨 학생들에게 ‘가갸거겨’를 가르치고 있다. 물론 그 안에 복음이 담겨 있다. 학생들은 벌써부터 이 목사 부부를 “아버지” “어머니”로 부른다고 한다. 넉넉한 그의 품격은 짐바브웨에서도 통하리라. 이제 그는 짐바브웨에서 2년간 머물 수 있는 장기 체류 비자를 받았다. 하나님은 선하시다! 평생 복음을 전한 그를 가만 놓아두시지 않으셨다. 그가 갈 때, 선하신 그분도 함께 가셨다.
이태형 종교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