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朴대세론’… 친박도 흔들
입력 2011-12-02 21:51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버핏세’(부자증세) 관련 발언을 계기로 친박근혜계 분화가 심화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당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위치이동을 하면서 비주류일 때 일사불란한 목소리를 내던 친박계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1일 종합편성채널 개국 인터뷰에서 “미국의 버핏세는 단기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을 높이기 위해 나온 것인데 우리나라에선 자본소득이 아니라 소득세 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 최고세율을 40%까지 늘리자는 얘기가 나온다”며 “찬반에 앞서 종합적으로 조세 체계가 우리 현실에 맞는지, 실효성이 있는지 검토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8800만원 초과 소득구간 위에 별도 소득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40%까지 높이자는 ‘민본21’ 등 쇄신파 의원들과 홍준표 대표의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한구 의원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평과세면 공평과세, 세원확보면 세원확보라는 원칙을 먼저 정한 뒤 관련 조세제도를 종합적으로 고치자는 취지”라며 “집권 여당이 인기영합주의로 흘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도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충분히 검토한 뒤 정하자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들은 박 전 대표와 정책을 논의하는 측근들로 ‘대선 타임 스케줄’에 따라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청와대와의 관계설정과 관련해서도 인위적인 정책 차별화는 피하자는 주의다.
반면 홍사덕 의원을 비롯해 유승민 최고위원과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 구상찬 의원 등 수도권 의원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당직을 맡고 있고 상대적으로 여론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당장 동요하는 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위기감이 더 크다. 홍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은 소장파들이 정책 쇄신을 하자며 내놓은 것이고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며 “우리가 반대한다면 부자 편드는 정당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표가 쇄신파와 함께 정책 쇄신을 통해 자연스레 청와대와 결별 수순을 밟는 게 나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친박계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자 당 안팎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내부 결속력이 약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과거엔 친박들이 주류 눈치를 보느라 3명 이상 모이기 힘들어하더니 요즘에는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3명 이상 못 모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돈다. 반면 박 전 대표가 계파 해체 선언을 한 만큼 친박계의 공통된 입장이 존재할 수 있겠냐는 주장도 있다.
이런 가운데 쇄신파들은 박 전 대표 발언을 비판하며 정책 의총 소집을 요구했다. 김성식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판단을 잘못하고 있다”고 했고, 정두언 의원도 “정책 의총을 열어 다양한 대안을 놓고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르면 5일 열리는 정책 의총 결과에 따라 친박계는 물론 당내 세력 간 재편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