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잇단 FTA 비판] 전국 법원장회의… "줄잇는 사회적 발언 묵과 못해" 대책 논의
입력 2011-12-02 21:48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후 첫 진행된 전국 법원장회의에서는 법관인사제도 개선 같은 사법부의 당면 현안 외에도 법관의 사회적 발언 논란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지난달 29일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과 관련 법관들의 ‘보다 분별력 있고 신중한 자세’를 권고한 후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관련 동조 의견이 이어지자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달 25일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페이스북 글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관련 논의는 법관의 SNS를 통한 정치적 의사 표현 범위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 부장판사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 등이 가세하면서 법관의 정치적 의사 표현 범위와 SNS가 사적인 공간인지, 공적인 공간인지를 놓고 법원 안팎에서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1일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한·미 FTA 자체에 대해 법률가 입장에서 문제제기를 한 이후 관련 논의는 사법부의 한·미 FTA에 대한 의견 표출로 전환됐다.
2일 전국 법원장회의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일선 법원장들의 우려와 사태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법원장들은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 및 양 대법원장의 당부에도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법관들의 집단행동으로 이해될 수 있을 정도로 논란이 확산되자 법원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드러냈다. 양 대법원장도 이날 “법관은 선출된 사람도 아니고 어떤 천부적인 계기로 권한을 부여받은 것도 아니다”며 “그럼에도 강력한 재판 권능을 행사하는 것은 올바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국민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가 글을 게시한 지 하루가 되기도 전에 170명 안팎의 법관들이 이에 동의한 것을 두고 일선 법관들의 기류에 대한 법원장 사이의 의견 교환도 이어졌다. 일부 법원장들은 사법부가 구체적인 규범이 아닌 한·미 FTA와 같은 사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장들은 공직자윤리위에서 결정한 SNS 사용 기준과 관련해서도 일부 의견을 교환했다.
법원장들은 이 밖에 제1심 심리 충실화 방안, 평생법관제 지향을 위한 법관인사제도 개선 방안 등을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또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 업무편람을 제작하는 등 성폭력 사건 재판 개선 방향과 내년 3월 1일까지 대전·대구·광주가정법원 및 산하 16개 가정법원 지원을 개원하는 가정법원 확대 설치 방안을 보고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