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제는 괜찮을까?… 국내 안전기준 없어 또다른 ‘공포’
입력 2011-12-02 17:15
“가습기 살균제가 살인도구였을지 누가 알았겠어요. 당연히 안전한 줄 알고 사용했지요. 그런데 원인미상폐질환의 원인이라니…. 정말 불안해서 살 수가 없네요.” 주부 김모(33)씨는 요즘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밤잠을 설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보건당국의 리콜이 있기 전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 아이에게 해(害)가 되진 않았을까’ 이래저래 걱정과 불안감만 앞선다.
보건당국의 동물역학실험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의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 속에는 공기청정제로 알려진 방향제도 예외는 아니다. 방향제는 실내 공기를 개선시키고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사용되지만 그렇다고 인체에 안전한 제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인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향제 제조공정 중 유입될 수 있는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 때문이다.
◇실내 방향제 속 프탈레이트= 프탈레이트는 주로 PVC를 부드럽게 만드는 가소제로 사용된다. 최근까지 장난감 의류 바닥재 벽지 의료용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 구성요소로 사용돼 왔지만 현재는 환경호르몬 추정물질로 구분돼 사용이 금지돼 있다. 프탈레이트는 사람의 몸속에 들어올 경우 호르몬 작용의 방해와 함께 여성 불임, 정자수 감소 등 생식기관에 유해한 독성물질로 알려져 있다. 프탈레이트 종류에는 DEHP, BBP, DBP, DEP 등이 있다.
지난해 6월 여성환경연대와 녹색병원·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시중에 판매되는 방향제 11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상 제품 모두에서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이외에도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와 벤젠을 비롯해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의 유해물질도 검출돼 건강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여러 연구에서도 방향제 속 환경호르몬 성분이 유방·난소 등 호르몬에 민감한 기관의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에 방향제의 유해물질 검출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독성물질이 검출된 방향제가 여전히 시중에 유통·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데톨 항균스프레이(0.22ppm) △그레이드 항균 공기탈취제(146.10ppm) △에어윅 에센셜 오일(15.27ppm)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 피존(0.44ppm) △그레이드 크리스탈로멘스(4.32ppm) △홈즈 에어 후레쉬젤로포트(0.21ppm) △에어윅 아로마겔 아쿠아 에센스(0.24ppm) 등이 그것이다. 덕분(?)에 소비자만 영문도 모른 체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롯이 소비자 자신의 선택에만 기대야 하는 형국이다.
◇쾌적한 실내공기 위해 환기 자주 시켜야= 현명한 소비자라면 방향제를 구입할 때는 가급적 프탈레이트가 들어있지 않거나 적게 들어있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또 집 안의 쾌적한 실내 공기 확보를 위해 창문을 자주 열고 환기를 시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김윤신 한양대병원 교수(산업의학과)는 “호흡기,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방향제로 인해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위해선 무엇보다 창문을 자주 열고 환기시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팀장도 “향기 제품에 특히 프탈레이트가 많이 들어 있다”며 “방향제는 생활 속에서 충분히 줄일 수 있는 만큼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규봉 쿠키건강 기자 ckb@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