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때문에 자궁 들어내야 한다? 편견을 버리세요”
입력 2011-12-02 17:14
대구 여성메디파크병원 여준규 원장
“혹시 농구공만한 자궁근종 보셨어요?”
자궁을 들어내지 않고도 자궁에 생긴 혹(자궁근종), 그것도 30㎝가 넘는 혹을 자유자재로 제거하는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 기자에게 여준규 대구 여성메디파크병원 대표원장이 한 질문이다.
당연히 기자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자궁의 혹이 농구공만큼 커질 수 있다는 말도 처음 들었다. 물론 흔치는 않은 경우라고 했다. 아무리 자궁근종이 증상이 없다고는 해도 그 정도 크기가 될 때까지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물 테니까.
지금은 새로운 치료법이 많이 나왔지만 자궁에 작은 혹만 생겨도 걸핏하면 자궁을 들어내는 바람에 시쳇말로 ‘빈궁마마’가 속출한 시기가 있었다. 혹을 제거하는 수술보다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자궁적출술)의 의료수가가 높았던 데다 수술 자체가 쉽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여성성’을 상징하는 자궁을 들어냈고 그로 인한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자궁을 완전히 들어내는 자궁적출술 환자가 10만명 당 431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술 건수 역시 2006년 2만5000여 건에서 지난해 3만6000여 건으로 4년 만에 41%나 급증했다.
“자궁에 생긴 혹의 크기가 40∼50㎝든, 혹의 개수가 50개든 80개든, 제왕절개를 2번 했든 3번 했든 상관없이 수술이 가능합니다.” 여 대표원장은 “이미 진단됐거나 진행되고 있는 암만 아니면 자궁이나 난소를 그대로 두고 종양만을 제거해 완치가 가능하다”며 “종양의 크기, 개수, 이전에 개복수술을 받은 경우 제왕절개수술 여부에 상관없이 복강경수술을 이용해 얼마든지 종양만 선택적으로 제거해 자궁이나 난소의 정상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부터 자궁근종용해술이나 엑사블레이트 등 최신 의료기술과 장비가 도입돼 자궁을 살리는 수술이 많이 보급되긴 했지만 혹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복강경수술은 이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여 대표원장은 산부인과 질환에 대한 복강경수술의 대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의사다. 시술횟수가 연간 700건이 넘을 정도다. 흔히 ‘최소침습수술’이라고도 불리는 복강경수술은 복부에 0.5∼1.5㎝ 크기의 작은 구멍, 즉 절개창을 여러 개 내고 그 안으로 비디오카메라와 각종 기구들을 넣어 시행하는 수술법이다.
절개창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가 작아 미용적으로 보기 좋고 통증도 한결 덜하다. 또 회복속도도 빨라 개복수술에 비해 입원기간이 짧고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대구 여성메디파크병원은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VBAC:Vaginal Birth After Cesarean)으로도 유명한 병원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95% 이상이 이곳에서 이뤄질 정도다. 여 대표원장은 “위험부담이 높은 탓에 일반 산부인과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시술이지만 지금까지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는 자연분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에서 실행해 온 것”이라며 “아직도 ‘제왕절개를 한 다음 자연분만이 과연 가능할까’라고 걱정하는 산모들의 인식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는 허가 낸 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대구·경북 지역에서만이라도 여성과 산모가 제대로 진료 받게 하고 싶었다는 여 대표원장은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를 환자치료에 쏟아붓고 있는 듯 했다.
자궁근종이란
평활근에 생기는 원인불명의 종양
자궁근종은 자궁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평활근에 생기는 종양이며 양성질환이다.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장막하·점막하·근층내근종으로 나뉜다. 여성에게서 매우 흔하게 발생하며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서 나타난다.
20대에서도 약 20% 정도가 발생한다. 저출산과 늦은 결혼 등으로 최근 들어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연구에서 자궁의 평활근을 이루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하나의 자궁근종을 이루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절반 정도는 증상이 없고 초기에는 무력감, 피로감 정도만 느낄 만큼 증세가 미약해 자궁에 혹이 있는지 모르는 여성도 많다.
혹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월경과다가 가장 흔한 증상이며 골반 통증, 월경통, 성교 시 통증, 골반 압박감, 빈뇨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조창연 쿠키건강 의약전문기자 chyj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