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당뇨망막병증] 정기적 안과 검진이 최선의 예방책
입력 2011-12-02 17:18
우리 몸에서 눈(目)은 외부환경에 늘 노출돼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부위 중 하나다. 따라서 각종 균이 번식하는 여름철엔 전염성 눈병이, 가을과 겨울엔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하지만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하는 질환이 있다. 다름 아닌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당뇨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환자들을 실명의 공포에 몰아넣는 대표 합병증이다. 당뇨망막병증은 황반변성, 녹내장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이자 성인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으로 꼽힌다.
당뇨망막병증은 수도관에 해당하는 눈의 혈관이 녹슬고 터져 망가지게 되는 현상으로 비유할 수 있다. 당뇨로 인해 몸속에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다른 혈관들처럼 망막의 모세혈관도 파괴되는데 이때 망막세포는 더 많은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신생혈관 형성인자들을 생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혈관은 정상적인 혈관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작은 충격에도 쉽게 출혈이 생기게 되고 이러한 약한 미세혈관들로부터 피나 지방질, 유출된 혈액 또는 삼출물이 쌓여 시력장애가 유발된다.
무엇보다 당뇨망막병증의 가장 큰 문제는 망막에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환자가 자각할 수 있는 증세가 없다는 것이다. 병이 진전돼 망막이 병들어 가는 데도 정작 본인은 모르고 그대로 방치해두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러다 갑자기 시력저하나 눈부심 증상, 눈 앞에 먼지나 날파리가 어른거리는 증상이 발생했다면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당뇨로 인한 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무런 증세가 없는 환자라도 반드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6개월에 한 번, 이미 당뇨망막병증을 진단받은 환자의 경우 3개월에 한 번씩 안과를 찾아 망막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당뇨망막병증으로 진단을 받은 경우라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더 이상 병증이 진행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의 치료법으로는 레이저 치료와 유리체 절제술이 많이 사용돼 왔지만 시력을 회복시키기보다는 유지시키는 데 그친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당뇨망막병증의 시력손상을 가져오는 주된 증상인 당뇨황반부종을 치료해 실질적인 시력회복의 길을 열어 준 항체주사요법이 국내에 도입돼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공식 승인된 루센티스는 눈 속에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신생혈관을 없애고 더 이상 자라나지 않도록 해줘 기존 치료법인 레이저에 비해 떨어진 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향상시켜 준다.
당뇨는 길고도 지루한 본인과의 싸움이다. 적절한 운동, 혈당조절, 정기검진 모두 꾸준히 실천해야 만이 당뇨와의 싸움에서 승자로 남을 수 있다.
당뇨 진단 이후 주기적으로 빠짐없이 망막검진을 받는 것, 소리 없이 다가오는 실명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김윤영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