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北과 무기거래 중단 약속”…클린턴·수치여사 회동
입력 2011-12-02 00:30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북한과의 불법적 관계를 끊어라”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말에 ‘강한 확약’을 했다고 클린턴 장관이 밝혔다.
미얀마 정부가 이 약속을 지킨다면 북한은 앞으로 아시아 국가 사이에서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 두 나라는 아웅산 테러로 1983년 단교했다가 2007년 외교 관계를 복원한 뒤 핵과 미사일 등 무기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릐클린턴 “유엔 결의안 준수 약속 받았다”=클린턴은 1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 대통령궁에서 세인 대통령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금지하는 유엔 결의안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두 나라 사이 미사일 기술 협력을 우려해 왔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세인 대통령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 의정서 서명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고, 이미 IAEA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추가 의정서에 서명하면 미얀마는 비밀 핵시설에 대해 사찰을 받아야 한다.
회담에서 클린턴은 세인에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내가 (미얀마) 정부의 개혁조치에 고무돼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세인은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를 개선하고 협력을 증진하는 역사적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45분간 미얀마의 개혁 성과를 설명한 뒤 민정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미국이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역사적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내외신 기자가 대통령궁으로 구름처럼 몰려들었지만 이를 제지하는 모습은 없었다.
릐두 번의 만남, 정치개혁으로 이어질까=클린턴은 이날 저녁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서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와 만나 비공식 만찬을 가졌다. 외신들은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을 대표하는 두 여걸의 역사적 만남이 성사됐다”고 표현했다.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직접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2일 오전 수치 여사의 자택에서 공식 회담을 갖고 미얀마의 향후 정국 운영에 대해 논의한다.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수치 여사는 미국의 지원 아래 정치개혁을 무기로 제도정치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로서도 미얀마의 개혁에 개입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앞서 수치 여사는 30일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와의 화상회의에서 클린턴의 방문으로 미얀마의 개혁이 진전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클린턴의 방문은 더 나은 관계로 가는 길을 열 것”이라면서 “미국이 버마(미얀마)에 더 많이 개입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얀마의 차기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