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이 고금리 수신 포기하는 이유?

입력 2011-11-30 21:25

구조조정 칼날을 피한 저축은행들이 ‘생존 딜레마’에 빠졌다. 당장 돈 굴릴 곳이 없어 최대 ‘무기’인 고금리 예금상품을 포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먹거리 대책’도 시원찮아 예금금리를 낮추고 대출금리를 높이는 예대 마진 챙기기에 급급하다.

3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97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4.60%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월평균 금리는 지난 8월 5.36%에서 9월 5.14%, 10월 4.90% 등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국제·예솔·화승·부림·예쓰 저축은행은 1년 만기 예금금리가 4.1∼4.2%로 시중은행이 내놓은 특판 예금금리보다 낮은 실정이다.

높은 금리를 주고 고객을 유치해 고수익 투자를 하는 저축은행 특유의 영업방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최근 저축은행이 예금금리를 낮추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끌어와 봐야 쓸 곳이 없다는 데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막혔고 가계대출도 무턱대고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산건전성 강화 요구로 신사업에 뛰어들기도 마땅찮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의 대가로 할부금융업 겸영이라는 ‘먹거리’를 줬지만 이것도 효과가 전혀없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저축은행이 할부금융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었다.

문제는 재무건전성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조건에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10% 이상, 고정 이하 여신비율 8% 이하라는 기준을 지켜야만 할부금융사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9월 실적을 공시한 대형 저축은행 중 이런 조건을 갖춰 할부금융업을 겸영할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할부금융업을 시작하려면 지금부터 전산작업 등에 들어가야 하는데 여건이 안 돼 진행할 수가 없다”며 “대부분 저축은행들이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저축은행의 부동산 임대업 시장 진출도 허용했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데다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은 ‘이자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 지난 10월 저축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연 16.78%로 9월보다 0.07% 포인트 올랐다.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 차(일반대출 금리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1.88%까지 벌어졌다. 예대금리 차는 지난 8월 11.35%, 9월 11.57%에 이어 계속 오름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 저축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예대마진 수익을 늘리는 것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웅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