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사관 습격 배후는 이란 당국”… WP “시위대 난입 제지 안해”

입력 2011-11-30 21:23

29일(현지시간) 이란 시위대의 영국대사관 습격은 사실상 이란 당국에 의해 주도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첫 번째 이유는 시위대가 난입했을 당시 별 제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에 위치한 영국 대사관 앞에서는 최근 수년간 늘 시위가 있었다. 대사관 경비대는 평소엔 이들의 진입을 막았지만 이날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폭력 상황이 거의 종료된 한 시간 뒤에야 사태에 개입했다.

이란의 관영 영어 방송이 대사관 습격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할 수 있었던 점도 이란 정부 배후설의 설득력을 높인다. 이란에서 언론 취재는 철저히 제한돼 있다.

무엇보다 시위의 선봉에 선 것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충성 맹세를 한 민병대 수백명이었다고 WP는 전했다. 이들은 대사관 건물에서 영국 국기 대신 이란 국기를 달았으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사진을 떼어내는 등 반영국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아울러 사태 이틀 전인 27일 이란 의회에서는 영국 대사를 추방하자는 투표가 이뤄졌다. 영국이 이란 핵 개발을 구실로 제재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대응이었다.

영국은 이란에서 모든 외교 직원을 철수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직원 일부가 1차로 두바이로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노르웨이는 항의의 뜻으로 이란 대사관을 폐쇄했고, 독일 정부는 베를린 주재 이란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다른 유럽 국가도 이란에서 대사관을 철수시킬 가능성이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엄중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란에 경고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