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등판론 소멸된 박근혜, 정책행보 매진한다지만 “2위 주자가 무슨 몸조심…” 당 내부 비판 시각
입력 2011-11-30 21:50
한나라당 쇄신 연찬회를 계기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행보에 시선이 다시 쏠리고 있다. 조기 등판론이 가라앉은 만큼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정책 행보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한 의원은 30일 “12월 예산 국회에 집중하면서 민생예산 고위 당·정·청 회의 결과 등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정치쇄신 논의를 미뤄놓고 취업활동수당 신설과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등과 관련된 예산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박 전 대표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곱지 않다. 그의 행태를 놓고 ‘부자 몸조심’이라는 비판이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뒤처져 2위 주자가 됐는데 무슨 몸조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부자 증세 논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27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쇄신파들이 요구한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문제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29일 측근 최경환 의원을 통해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의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입장이 정해졌는데도 일부 의원의 개입으로 번복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예산 챙기기 행보가 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이미 상임위에서 심사가 끝났는데 한 사람(박 전 대표)이 요구한다고 계수조정소위에서 반영하라는 게 적절하냐”며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또 당의 공적인 시스템을 통한 일처리를 중시해 온 박 전 대표의 소신과도 맞지 않는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내에선 ‘박근혜 지키기’에 몰두하는 친박계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친박계) 의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배경으로 박 전 대표를 이용하려 한다”면서 “간접적인 수렴청정 정치로는 이 대통령과 차별화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친박 의원들이 과연 박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집권 프로그램이나 전략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두언 의원은 지난 9월 친박계 최경환 의원 제안으로 만난 자리에서 최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지면 홍준표 대표를 퇴진시키고 박 전 대표를 등판시키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당시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 걱정할 때였는데 홍 대표 물러가라 마라 그런 이야기를 했겠느냐.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