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대주주 私금고’… 차명으로 4천억대 불법대출·금고서 수시로 현금 꺼내 생활비 사용
입력 2011-11-30 18:32
지난 9월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골프연습장, 해외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고객 예금 5000여억원을 자기 뱃속 채우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거액을 대출받은 부동산 시행업자는 고급 외제차와 명품을 수집하며 ‘황제’ 생활을 했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은 30일 1차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저축은행 대주주, 임원 등 11명을 구속기소, 1명을 불구속기소,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22일 출범 이후 영업정지 된 7개 저축은행을 2개월여 수사한 결과다. 합수단은 이들이 2조1680억원 규모의 불법대출을 저지르고, 저축은행 돈 254억원을 빼돌린 사실을 확인했다.
업계 2위인 토마토저축은행 대주주 신현규(59·구속기소) 회장은 차명계좌로 자신에게 4375억원을 불법대출했다. 이 중 314억원은 신 회장이 인수한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골프연습장으로 들어가 운영자금, 시설비 등에 쓰였다. 그는 600억원을 대출받아 캄보디아 부동산 투자에 사용했다.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1·구속기소) 회장은 생활비, 공과금 등 돈이 필요할 때면 수시로 은행 금고에서 현금을 꺼내갔다. 대신 해당 금액을 적은 ‘지급증’을 직원에게 줘 현금 대용으로 금고에 넣어두게 했다. 빼내간 돈이 쌓이면 고객 명의를 도용해 위장 대출을 한 뒤 금고를 채웠다. 이렇게 횡령한 돈이 158억원이었다. 권 단장은 “이들 저축은행은 전국 최대 규모의 사금고”라며 “대주주들이 은행돈을 쌈짓돈 쓰듯 빼돌린 것이 부실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에이스저축은행으로부터 7200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고양종합터미널 시행사 대표 이모(53)씨는 이중 120억원을 자신이 소유한 서울 강남의 나이트클럽 운영비로 사용했다. 152억원을 들여 미국에 집과 땅도 샀다. 이씨는 포르쉐와 벤틀리를 탔고 롤렉스, 삐아제 등 명품 시계와 수천만원짜리 가방을 사는 데 7억원 정도를 썼다. 이씨가 유흥주점에 지불한 돈만 24억원이다. 반면 고양터미널 대출금 중 회수 가능한 돈은 996억원에 불과하다. 합수단 관계자는 “대출금 중 이씨가 개인적으로 300억원 이상 썼다”며 “은행 대출자 중 전무후무하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이들 대주주·경영진 등이 보유한 부동산, 금융자산 및 은닉재산 2349억원을 찾았으며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환수할 방침이다.
지호일 노석조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