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보따리는 뭘까… 한껏 들떠 있는 미얀마
입력 2011-11-30 21:54
움푹 파인 채 방치됐던 시내 도로가 다시 깔렸다. 깨진 보도블록도 복구됐다. 경제가 무너져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금입출금기(ATM)들도 속속 등장했다.
30일부터 사흘간 계속되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을 맞이하는 미얀마의 풍경이다. 미 국무장관으로선 56년 만인 역사적 방문에 미얀마는 한껏 들떠 있다. 반면 미 공화당은 클린턴의 방문이 독재정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며 딴지 일색이다.
◇미얀마에 부는 훈풍=옛 수도인 양곤 거리에는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의 모습이 그려진 머그잔과 열쇠고리가 팔리고 있다. 일꾼들은 수치 여사 자택의 잔디를 새로 깔고 대문을 칠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고 뉴욕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수치 여사는 2일 클린턴 장관과 만나 미얀마의 향후 정국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미얀마 국민들은 여전히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의 잇따른 개혁조치에 의구심을 나타내면서도 수치 여사의 적극적인 행보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군부에 반기를 들었다 투옥됐던 한 여성은 “수치 여사는 우리에게 ‘과거는 잊으라’고 했다”면서 “그가 대통령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면 우리도 그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뭘 논의하나=클린턴 장관은 30일 오후 부산을 출발해 미얀마에 도착했다. 1일 세인 대통령과 회담하는 클린턴 장관은 이번 방문 목적에 대해 “미얀마 정부가 정치적 경제적 개혁을 지속할 의도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의 진정성을 평가한 뒤 경제제재를 해제할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미얀마 정부가 구금하고 있는 정치범 500여명 석방 문제가 정치개혁의 주요 의제다. 또 오랫동안 계속된 소수민족 반군과의 분쟁을 끝내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클린턴은 북한과 미얀마의 핵개발 협력 문제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보당국은 미얀마가 수년 전부터 북한의 기술과 정보를 통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편 공화당은 클린턴의 이번 방문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일리애나 로스 레티넌 하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버마(미얀마)의 체계적인 인권유린과 무기획득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독재체제와 대화에 나선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해외투자자들, 미얀마 투자에 군침=얼어붙었던 미국과 미얀마의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자 해외투자자들이 미얀마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 보도했다.
영국 석유회사 BP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는 지난해 기준으로 천연가스 121억㎥를 생산했다. 아시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중국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한 비취옥 등의 보석과 주석, 구리와 같은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저명한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미얀마에 투자할 수 있는 길만 찾는다면 20∼30년 뒤에는 큰 부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