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사망] 인터넷 또 황당한 ‘광우병 괴담’

입력 2011-11-30 01:04

이번에 확인된 의인성(醫因性)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사망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앞두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인간 광우병(변형 CJD)과는 감염경로가 전혀 다르다. 의인성 CJD의 감염경로는 변형 CJD처럼 쇠고기 같은 음식이 아니라 수술 등 의료적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다.

질병관리본부는 29일 “의인성 CJD는 병원 진료 과정에서 생기는 사고로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어 생기는 변형 CJD와 다르다”며 “숨진 환자의 수술에 사용된 뇌경질막 제품 대신 현재는 안전한 뇌경막 대용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추가 감염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외국에서도 ‘의인성 CJD’ 사례는 많이 보고됐다. 감염경로는 각막 이식, 뇌하수체 호르몬 이식, 신경외과의 감염된 수술장비, 뇌파검사 중 오염된 바늘을 재사용했을 때 등으로 다양하다.

◇감염 경위=한림대 의대 김윤중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이 환자는 24년 전인 1987년 뇌종양의 일종인 뇌수막종으로 절제술을 받고 이곳에 다른 사망자의 뇌 조직을 원료로 한 경질막을 이식한 뒤 CJD에 감염됐다. 프리온이라는 병원성 단백질이 수술을 매개로 전염된 것이다. 환자는 CJD에 감염된 줄도 모른 채 23년을 지냈다. 환자는 지난해 6월 몸에 힘이 약해지고 왼쪽 얼굴과 오른쪽 발가락에서 감각장애가 나타나자 대학병원에 보내졌다. 산발성 CJD 의심환자로 신고된 이후 증상은 급격히 악화됐고, 같은 해 11월 사망했다.

◇파장=이번 사례가 인간 광우병과 무관하다고 할지라도 의인성 CJD 사망자가 국내에서 확인됨에 따라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더 있을 수 있다”며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그동안 보건 당국이 의인성 CJD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검사시설 등 시스템이 없어 확인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숨진 환자는 독일제 수입 뇌경막 제품인 ‘라이요두라(Lyodura)’를 이식 받았다.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일본에서 라이요두라 뇌경막 이식 수술로 감염된 사례가 138명”이라며 “최근 인간 광우병 논란 덕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그나마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산발성 CJD 환자의 뇌경막을 기증받으면 그 환자의 장기를 받은 사람은 다 감염된다”며 “문제는 한 사람의 뇌경막에서 수백 명에게 이식할 수 있는 조직이 나온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사실과 다른 광우병 괴담=인터넷과 트위터 등에서는 ‘광우병 괴담’이 삽시간에 퍼졌다.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 CJD’와 사고로 전파되는 ‘의인 CJD’가 같은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트위터러 tgw***는 “‘광우병 증상’ 의인성 CJD 국내 첫 사망자 확인됐다”며 “이래도 광우병 괴담이라고 할 것이냐”고 물었다. 트위터러 mel***는 관련 기사를 언급하며 “청와대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관짓는 네티즌도 많았다. 트위터러 fla****는 “국내에서 발병할 일 없다더니 확진환자가 나왔다”며 “(FTA로) 건강보험은 민영화되고 약값이 오르는데 설마 했던 재앙이 기어들어왔다”고 썼다. 7월에 확인한 것을 이제야 발표한 것에 대해 한 네티즌은 “광우병에 대한 악몽이 FTA 비준에 불똥 튈까 늑장 발표한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