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SNS 분별력 있고 신중해야”
입력 2011-11-29 23:14
대법원이 법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과 관련해 보다 분별력 있고 신중한 자세를 당부했다. 법관의 SNS 사용 기준에 대해서도 논의를 거쳐 세부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단 이번 논란의 출발점이 된 최은배(45·사법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법관윤리강령 위반 여부를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2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윤리위는 “법관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의견 표명을 함에 있어 자기 절제와 균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법관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놓이게 되거나 향후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시킬 수 있는 외관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SNS 사용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지 못했고, 법관의 SNS 사용에 관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정 개인에 대한 윤리강령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법관 전체에 대한 권고 성격에 가깝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5일 최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한 사실이 보도되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이후 이정렬(42·23기) 창원지법 부장판사와 변민선(46·28기)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최 부장판사에 동조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해당 법관을 비판하는 측은 특정 사안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 재판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관련 규정인 법관윤리강령 7조 1항에는 ‘법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반대하는 측은 법관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재판 업무 등 직무와 관련한 것에 한정돼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대법원이 법관윤리강령을 해설한 ‘법관윤리’에는 7조 1항에 대해 ‘직무수행상 정치적 중립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규정에 의하여 법관이 사사로이 정치적 견해를 가지거나 친지들과 정치적 토의를 하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법관윤리는 법관이 언론 등을 통해 정치적 견해를 밝히거나 공식적인 정치적 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직무수행 자체는 아니지만 피해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법관윤리강령 4조 5항 역시 ‘법관은 교육이나 학술 또는 정확한 보도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SNS가 공적 공간인지 여부가 법관의 SNS 허용 범위를 판단하는 핵심 잣대가 된다.
법관의 SNS 글 게시를 비판하는 측은 SNS가 전파성이 크고 아무나 찾아서 볼 수 있는 점을 들어 사적 공간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반면 최 부장판사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열린 이날도 “페이스북은 내 친구이기만 하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사랑방과 같은 사적 공간이다”며 페이스북이 사적 공간임을 강조했다. 최 부장판사가 처음 글을 게시할 당시 330여명이 페이스북 친구로 등록돼 있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