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투표율 30∼40%만 돼도 파괴력 커 캐스팅보트 우려 정치권 묵계 탓?

입력 2011-11-30 01:04

“선거 판세가 박빙이 돼 재외 유권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는 게 아닐까요.”

현지 교민으로 주중대사관이 재외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한 안정수(59)씨는 재외국민이 투표에 참여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불편하게 돼 있는 데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현지 교민들은 재외선거의 투표율이 30~40%만 돼도 투표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단한 결심’을 하지 않으면 투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재외선거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 놓았다는 주장이다.

사실 정치권은 우편투표나 인터넷투표가 아니면 재외국민이 선거에 참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제도가 지금처럼 돼 있는 것은 서로 바라지 않는 상황을 굳이 초래하지 말자는 정치권의 묵계가 주된 이유다.

현행 재외선거는 선거인명부 작성을 위한 신고는 물론 투표를 기본적으로는 해외 공관에서 하도록 해 놓았다. 다만 국외부재자와 재외선거인 중에서 국외부재자에게는 우편 신고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거리가 몇 백 ㎞나 될 경우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재외유권자는 재외선거인과 국외부재자로 나뉜다. 재외선거인은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고 국내거소 신고도 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의 경우 투표를 하기 위한 등록신청을 할 때 무척 힘들게 해놓았다. 등록신청 서류는 세 가지나 되며 우편 등록도 할 수 없다. 더욱이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는 참가할 자격을 주지 않았다.

이에 비해 주민등록이 돼 있거나 국내거소 신고를 한 국외부재자의 경우 신고는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투표에 있어서는 재외선거인과 마찬가지로 공관에 설치된 투표소로 가야 한다. 재외국민들 사이에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는 말이 나오는 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선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큰 틀이 바뀌지 않고는 성과를 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4월 재외국민 유권자 5000명 이상 거주하고 있는 28개국 55개 공관에 ‘재외선거관’을 내보냈다.

선관위는 이달 초에는 서울에서 전 세계 재외선거관리위원장 130명을 상대로 재외선거 관리를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 선관위는 2박3일 동안 진행된 선거관리 교육에서 이들이 모의투표를 해보고 파우치를 통해 투표용지 등을 선관위로 보내는 전 과정을 경험해 보도록 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