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김장

입력 2011-11-29 18:08

김장은 보통 입동 전후에 담근다. 입동은 24절기 중 19번째로 초목이 죽기 시작하는 때다. 입동 전후 5일 안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전해진다. 올해 입동은 11월 8일이었다.

김장에 대한 기록은 곳곳에 등장한다. 조선 후기 학자인 홍석모는 여름의 장 담그기와 겨울의 김치 담그기를 “인가(人家) 일 년의 중요한 계획”이라고 적었다. 1849년 세시풍속을 월별로 기록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10월조와 11월조에서 그는 “서울의 풍속에 무 배추 마늘 고추 소금으로 독에 김장을 담근다. 무 뿌리가 비교적 작은 것으로 김치 담근 것을 동치미(冬沈)라 한다. 무 배추 미나리 생강 고추로 장김치(醬菹)를 담가 먹기도 하고, 섞박지(雜菹)를 담그기도 한다”고 기록했다. 앞서 태종 9년(1409) 궁중에서는 고려시대의 요물고(料物庫)와 같은 성격의 침장고(沈藏庫)를 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김장이란 단어는 침장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김치는 침채(沈菜)라는 한자어에서 나왔다는 게 정설이다. 중국과 우리 옛 기록에 따르면 김치는 삼국시대부터 담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금에 채소류를 절여 저장하는 짠지 종류였다. 1241년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든 시 ‘가포육영(家圃六詠)’에는 오이 가지 순무 파 아욱 박 등 6가지 김치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통배추가 쓰인 것은 결구배추가 중국에서 들어온 조선 후기로 추정된다. 파와 마늘은 고려시대부터, 고춧가루는 임진왜란 후에 사용됐다. 젓갈로는 조기 새우 멸치 황석어 등이 쓰인다. 기후가 따뜻한 남쪽에서는 멸치젓을 달인 다음 국을 걸러서 쓰고 발효를 억제하기 위해 짜고 맵게 만든다. 반면 북쪽은 날젓국을 넣으며 양념을 적게 써 담백한 맛을 낸다.

어린시절 김장 하는 날은 명절 같았다. 달이기 전 멸치젓갈을 얻어 하얀 쌀밥에 얹어 먹기도 했고, 침 흘리며 지켜보노라면 어머니가 처음 비빈 김치를 쭉 찢어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 수육을 준비했다 막 담근 김치에 싸먹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올해는 배추가 싼 때문인지 김장을 하는 집이 유난히 많은 듯하다. 아내를 도와 배추·무를 손질한 남편들의 “힘들더라”는 즐거운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하지만 김장독 묻을 구덩이를 파기 위해 곡괭이질을 하던 예전에 비하면 김치냉장고가 나온 요즘은 한결 편해졌다. 기업이나 사회단체 등에서 김장 나누기 행사도 잇따르고 있다니 이웃끼리 김장 몇 포기를 나누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