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할 말 다하고 싶다면 법복 벗어라
입력 2011-11-29 19:42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을 ‘뼛속까지 친미’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려 대법원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이런 가운데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오늘 개콘을 보면서 자기 하고 싶은 말 시원하게 하는 개그맨 분들이 너무 부럽다. 그나마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할 수 있었던 페이스북도 판사는 하면 안 된다는 사람이 있다”고 법관들의 SNS사용 제한 여론을 비꼬았다.
법관윤리강령 4조 5항은 ‘법관은 교육이나 학술 또는 정확한 보도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아니 한다’고 돼 있다. 또한 7조 1항은 ‘법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IT기술의 발달로 새로 나타난 공간이지만 그 기능과 파급력 등을 고려할 때 순수한 사적 영역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 판사를 비롯한 진보적 성향 사람들의 주장처럼 법관도 개인의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표현의 자유는 무한정 보호받을 수 없다. 법관윤리강령은 분명히 이 판사가 법관으로 있는 한 하고 싶은 말을 다해서는 안 됨을 명시하고 있다. SNS의 공공적 특성상 이 판사가 법복을 입고 있는 한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 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최종원, 천정배, 민노당 강기갑 의원 등 정치인들의 품위 잃은 말이 세상을 어지럽게 했다. 이제는 막말이 정치인에게서 법조인에게까지 확대된 느낌이다. 정치인과 달리 법조인은 이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인식돼 왔다. 진보성향의 판사들이 이 기대마저 허물고 있다. 판사는 오로지 판결문으로 말해야 한다는 불문율은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이 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렸듯이 개그맨처럼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싶다면 개그맨이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법복을 벗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