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혼란속 총선 돌입

이집트가 극도의 혼란과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28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총선에 돌입했다.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축출된 후 처음으로 시행되는 선거다.

이번 선거는 수도 카이로와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 등 9개 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6000명 이상의 후보가 나왔고 등록된 정당만 400개가 넘는다.

이집트 선거 과정은 복잡하다. 국회 하원 498석을 뽑는 이번 선거는 전국 27개 주에서 9개 주씩 3단계에 걸쳐 치러지며 내년 1월 13일 결과가 발표된다. 180석을 선출하는 상원 선거 역시 3단계에 걸쳐 내년 3월 끝난다. 군부는 내년 6월까지 대선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카이로 중심 오마르 마크람 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모나 압둘 모네임은 “그동안은 투표가 소용없었다. 우리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됐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모네임처럼 일부 국민은 희망과 낙관 속에 투표에 참여했다.

하지만 일부는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선거 자체를 부정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 지도자 후세인 탄타위와 군 최고위원회에 대해 권좌에서 즉각 내려오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모하메드 앨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별도의 ‘구국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 최고위원회에 의해 새 총리로 임명된 카말 간주리와 군부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간주리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측이 새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며 군부가 물러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군부 지도자는 새 의회가 정부를 해체하거나 새 장관을 지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