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 이슬람정당 속속 정권 장악… 재스민 혁명 이후 ‘아랍권 권력이동’

입력 2011-11-28 18:19

독재자가 떠나거나 세가 약화된 북아프리카 나라에서 이슬람 정당이 속속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하나같이 스스로를 ‘온건하다’고 주장하는 세력이다. 서구에선 “그들 방식의 민주주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와 “위험 세력일 수 있다”는 시각이 엇갈린다.

◇모로코에서 이슬람 정당 승리=아프리카 북서쪽 끝에 있는 모로코에서 25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온건 이슬람 정당 정의개발당이 승리해 제1당이 됐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달엔 재스민 혁명의 튀니지에서 온건 이슬람 정당 ‘엔나흐다’가 승리를 거뒀다. 28일 시작된 이집트 총선에선 무슬림형제단이 결성한 자유정의당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무슬림형제단은 최근 극단적 이슬람 세력과 거리를 두며 과격화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42년 독재를 종식시킨 리비아는 최근 “새로운 리비아는 온건 이슬람 국가”라고 선언했다. 시민의 힘을 경험한 북아프리카 나라 4곳에서 ‘온건 이슬람’에 의한 통치가 거의 확실시되는 것이다.

입헌군주제인 모로코는 비록 시민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난 7월 개헌이 전격 단행돼 권력이 다소 분산됐다. 제1당인 정의개발당은 앞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해 장관을 임명하고 의회를 해산시킬 수 있다. 정의개발당은 395석 가운데 107석을 차지했다. 왕가를 대변해온 정당은 60석을 얻는 데 그쳤다.

◇‘온건하다’는 것은=북아프리카에서 정당이 온건하다는 것은 종교 근본주의에서의 탈피를 뜻한다. 모로코 정의개발당은 선거 승리 뒤 “종교 자유와 정의를 일구겠다”고 강조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대표 공약은 빈곤 문제 해결이었다.

튀니지의 엔나흐다는 여성 42명을 제헌의회에 참여시킴으로써 나름의 ‘온건함’을 보여줬다. 또 각 개인의 삶에 종교적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은 “우리의 목표는 이슬람 정권이 아니라 단지 이슬람의 영향을 받는 정권”이라면서 여성과 다른 종교를 존중하겠다고 말해왔다. 온건 정당들은 한목소리로 민주주의와 종교를 적절히 결합시킨 터키 모델을 따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서구는 시각 엇갈려=영국 일간 가디언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은 이슬람 정치의 부상을 환영해야 한다”고 27일 강조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한 이슬람의 정치 참여는 이상한 일이 아니며, 이 정당들은 현재 국제 관계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유리한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소리(BOA)방송은 정치전문가를 인용해 일단 권력을 잡으면 이슬람 정당의 태도가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