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검찰 간부 11명에 구명 로비”

입력 2011-11-29 00:12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전·현직 검찰 간부 11명에게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내용이 담긴 자필 비망록이 공개됐다. 검찰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이 회장이 MBC PD수첩 측에 제공한 ‘검찰 관련 비망록’에 따르면 이 회장은 “(창원지검의 SLS그룹 수사 때인) 2009년 9월부터 최근까지 일어난 사항을 적시했다”며 검찰 고위층 11명을 로비 대상으로 거론했다.

전직 검찰 최고위층 K씨, 대검찰청 간부 J씨, 법무부 고위 인사 L씨, 지방 검찰청 간부 L씨 등이 나열돼 있고, 이름은 암호 처리가 됐다고 한다. 이 회장이 구명 차원에서 로비를 했다는 검찰 고위 인사가 기존 4명에서 7명이 추가된 것이다. 이 회장은 앞서 자신이 구속되면 검찰과 정치권 인사의 각종 비리가 담긴 비망록 5권이 공개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 회장은 비망록에 이들 검찰 간부와 만난 장소, 선물로 전달한 명품시계 모양 등을 적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000만원대 오메가 한정판 시계를 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에게, 200만∼500만원대의 까르띠에 시계 2개는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42·구속)씨를 통해 전 인천지검 간부와 정권 실세의 보좌관 박모씨에게 건넨 것으로 주장했다고 PD수첩 측은 전했다. 이 중 박씨에게 까르띠에 시계를 줬다가 돌려받은 정황은 검찰도 포착했다.

이 회장은 비망록에 문씨가 6명의 검사장급 인사에게 주겠다며 6차례 모두 9억원을 받아갔다고 썼다. ‘2009년 11월 중순 문씨 오피스텔 근처에서 문씨에게 5000만원 전달. 법무부 감찰 관련 고위층 등에게 전달한다 함’, ‘2010년 12월 금호역 앞 H마트 앞에서 문씨에게 1억원 전달’ 등이다. 문씨는 지난 19일 로비 명목으로 7억8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으며, 검찰은 자금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문씨의 배달사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목된 검찰 인사들은 모두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객관적 근거 없이 과거 기억을 정리했거나 ‘했다더라’ 식의 전언이 대부분”이라며 “기존에 확보한 비망록도 상당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지호일 노석조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