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스노보드 ‘잘 타는 법’ 보다 ‘잘 넘어지는 법’ 배워야

입력 2011-11-28 17:44


본격적인 겨울 레포츠 시즌이 시작됐다. 대관령에 첫눈까지 내리는 등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자 용평, 면온, 횡성, 정선, 태백, 홍천 등 강원 지역 스키장이 속속 개장해 스키어 유치에 나서고 있다. 설원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스릴과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기에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사람들에게는 결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하지만 스키나 스노보드를 기본적인 지식이나 사전 연습 없이 무리하게 시도하거나 안전장비를 충분히 갖추지 않고 무작정 즐길 경우 자칫 심각한 스키 부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철저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스키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1년을 기다려온 ‘스키시즌’을 맘껏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스키시즌에는 스키장에서의 부상방지법과 응급처치 방법을 숙지해 재미와 건강 모두를 챙겨보자.

◇겁 없는 초보자가 부르는 사고 많다=28일 대한견주관절학회(회장 최창혁·대구가톨릭의대 정형외과 교수)에 따르면 국내 스키 부상은 1000명당 6.4명, 스노보드 부상은 1000명당 8∼16명꼴로 발생한다. 스키보다 스노보드 쪽에서 부상자가 훨씬 많은 셈.

부상 위험은 유경험자보다 초보자가 높다. 입문 1년 미만 초급자의 부상빈도가 중급자 및 상급자보다 2∼3배나 많다. 초급자 부상의 약 50%는 강습을 받지 않은 채 함부로 타다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

부상의 가장 흔한 원인은 균형을 잃었을 때 잘못 넘어진 탓이다. 대한견주관절학회 총무이사로 활동하는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오주한 교수는 “스키(스노보드)를 처음 타면 활강과 넘어지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초보자일수록 넘어질 때 특히 부상 위험도가 크게 증가된다”고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흔한 원인은 무리한 점프다. 이는 머리, 안면, 척수, 복부 손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정면충돌로 인한 부상도 5∼10%나 발생한다. 스키장에서 정면충돌 시 심각한 손상은 머리(54%), 복부(32%), 뼈(32%), 흉부(16%) 등의 순서로 생긴다.

리프트에서 기다리거나 리프트에서 내릴 때 부상을 입기도 한다. 스키 부상자의 약 8%가 이 경우에 해당된다. 이때는 특히 무릎관절을 많이 다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잘 넘어져야 부상도 없다=뜻밖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슬로프를 이용하고 헬멧, 손목 및 무릎 보호대 등 안전 장비도 갖춰야 한다.

초보자의 경우 이런 기초 안전수칙 외에 낙법을 완전히 익힐 필요가 있다. 넘어지는 것만 잘 해도 부상을 크게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스키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심각한 부상을 예방하려면 ‘잘 타는 법’보다 ‘잘 넘어지는 법’을 확실히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키를 탈 때 올바른 낙법의 첫째 조건은 넘어질 때 손에서 폴을 놔버리는 것이다. 폴을 쥔 채 넘어지면 폴의 끈이 손가락에 휘말려 엄지손가락 인대를 다칠 수 있다. 그리고 두 팔은 앞으로 뻗고 다리를 자연스럽게 모아 옆으로 넘어져야 한다. 앞으로 넘어지면 스키가 교차돼 무릎이 뒤틀리고 인대가 손상될 수 있다. 또 넘어지지 않으려고 폴로 땅을 짚고 버티면 손목이나 어깨는 물론 폴에 가슴을 찔려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폴이 없는 스노보드를 타다가 균형을 잃었을 땐 넘어지지 않으려 버티지 말고 체중을 엉덩이 쪽으로 이동해 서서히 앉는 자세를 취하면서 주저앉는 게 안전하다. 스노보드는 옆으로 넘어지는 스키와는 달리 앞뒤 수직으로 넘어지기 쉽다. 따라서 스노보드를 탈 때는 반드시 헬멧을 착용해 머리를 보호해줘야 한다. 넘어져서 일어날 때도 손바닥으로 일어나게 되면 손목 인대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주먹을 쥐고 일어난다.

일단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다쳤을 때는 빠른 응급처치가 가장 중요하다. 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유정한 교수는 “부상이 발생하면 함부로 부상 주위를 만지거나 흔들지 말아야 한다. 차분히 부상 부위를 확인하고 부목이나 보조도구로 고정한 뒤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