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인기 추락… 러 국민들 ‘막강 권력’에 염증 느꼈나
입력 2011-11-28 18:21
2024년까지 러시아를 지배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야심은 이뤄질 수 있을까. 푸틴 총리가 27일(현지시간) ‘통합러시아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공식 추대된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반(反)푸틴 여론도 점점 불거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만장일치 지명됐지만=푸틴은 이날 모스크바 시내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대선후보에 지명됐다. 비밀투표로 실시된 대선후보 찬반투표에서 대의원 614명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내년 대선에서 푸틴이 승리한 후 연임한다면 2024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현재 푸틴의 당선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푸틴 찬양 일색이던 러시아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 최대 여론조사 기관인 레바다 센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푸틴 지지율은 1년 사이 16% 포인트 떨어진 61%를 기록했다. 이는 10년간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통합러시아당 역시 다음 달 4일 실시되는 총선에서 개헌가능선(300석)에 크게 못 미치는 252∼253석을 획득할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통합러시아당은 315석을 확보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피오나 힐 박사는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푸틴 집권 이후 처음”이라면서 “의미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평했다.
푸틴이 지난 20일 모스크바 시내 종합격투기 경기장에서 연설을 위해 링에 오르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NYT는 “푸틴은 1999년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러시아 정치 전면에 등장한 이후 12년째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이제 러시아인들은 푸틴을 지겨워한다”고 보도했다. 푸틴이 대통령직을 맡으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이 총리를 맡는다는 시나리오가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염증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에 간섭마라”=한편 푸틴은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하면서 서방 국가들에 러시아 총선과 대선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일부 국가들이 선거운동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러시아 비정부기구(NGO)에 돈을 주면서 그들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그런 행동은 돈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기집권에 대한 서방국들의 경계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통합러시아당이 선거 과정에서 ‘꼼수’를 쓴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인권활동가들은 “통합러시아당이 연금수급자 등을 압박하고, 유권자들에 선물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불법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