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원조총회 개막] “수혜국도 공여국도 서로에 불만 모두 경험한 한국이 역할 크다”
입력 2011-11-27 18:56
“개발도상국에 우리나라만큼 영감을 줄 수 있는 국가가 있을까요?”
조태열 외교통상부 개발협력대사는 27일 “한국은 ‘원조’에서 탈출해 ‘개발’에 성공한 살아있는 증거”라며 “국제 개발원조 분야의 명실상부한 모델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를 앞두고 지난 6월 개발협력대사직에 임명된 조 대사는 4개월 남짓 각종 개발원조 관련 고위급 회의에 정부 대표로 참석해 부산총회를 홍보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신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개발협력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아 부산총회를 개최하는 것만 봐도 그런 기대와 신뢰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이번 총회에서 원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못사는 나라에 잘사는 나라의 돈이 수천억 달러 들어갔는데 절대빈곤국에서 탈출한 나라는 서너 곳밖에 되지 않는다”며 “원조 방식이 잘못됐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도국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효과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원조 프로세스를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 대사는 “돈을 주는 선진국은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관심이 많고, 돈을 받는 개도국은 공여국이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실질적인 개발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다”면서 “우리나라가 중간에서 양쪽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수원국이었다가 현재 공여국이 됐기 때문에 우리의 한마디 한마디는 선진국 개도국 모두에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원조의 패러다임 전환에 이어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같은 새로운 공여국을 처음으로 원조회의에 끌어들인 점도 성과라고 말했다. 한국은 선진 공여국 모임인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지난해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는데, 아직 DAC에 편입되지 않은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등은 국제 원조를 하더라도 그 내용을 국제사회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
조 대사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선진국이 최근에 개발원조 규모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개발원조 규모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번 총회에는 기업이나 민간재단도 개발협력의 중요한 파트너로 초청했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