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붕괴땐 유로 끝 올 수 도” … 메르켈·사르코지, 이탈리아 국채금리 급등 경고

입력 2011-11-26 00:25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은 이탈리아 재정위기 해결에 유로존의 명운을 걸었으나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고삐 풀린 듯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신용경색 조짐이 나타나고, 세계의 공장 중국은 무역수지 적자국으로 회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가세했다.

◇독·프 정상, “이탈리아 붕괴는 유로의 끝”=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신임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 “이탈리아 국채 붕괴는 불가피하게 유로의 끝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정상들은 “그런 파국이 닥치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유럽 통합이 멈추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고민을 반영하듯 이탈리아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5일 7.814%로 1999년 유로화 도입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7.30%로 위험 수준인 7%를 다시 넘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 업체 무디스는 헝가리의 국가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자부적격인 B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헝가리 정부는 이에 대해 “금융 공격”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아시아 신용경색 우려=아시아의 은행과 기업은 유럽 자금 이탈로 최근 몇 주 동안 자금을 조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영국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신용 전문가는 “유럽 은행이 부채를 줄이고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작업을 지속한다고 볼 때 현 단계는 야구의 첫 이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은행이 아시아 자산시장에서 지금까지 주로 매수인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매도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은행의 대(對)아시아 위험노출(익스포저) 규모는 자금시장 여신을 제외하고도 약 1조6000억 달러(약 1860조원)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3분기 해외 단기부채가 10% 감소했다.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이 돈을 빼간 것으로 보이며, 유럽 은행의 자금 회수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중소기업 450곳 문 닫아=유로존 위기는 중국의 수출 감소를 불러왔다. 중국 광둥의 수출 중심지인 둥관에선 최근 10개월 동안 중소기업 450곳이 주문 감소로 문을 닫았다. 대부분 옷과 장난감을 수출하는 회사였다.

중국의 올해 무역 흑자는 1500억 달러로 추산되지만 흑자 규모는 3년 연속 줄고 있다. 유럽의 긴축 정책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중국의 무역 흑자를 장담하기 어렵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