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버핏세 도입 논의 가속… ‘FTA 민심’ 추스르기?
입력 2011-11-24 22:11
한나라당이 정부가 반대하는 ‘버핏세(부자증세)’ 도입에 속도를 내고 대규모 증액을 통해서라도 민생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나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이후 세제개편과 민생예산 확보를 통해 민심을 추스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친박근혜계와 쇄신파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홍준표 대표가 청와대와 정부 설득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는 모양새다.
홍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나라 세법 체계가 28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8800만원 최고 세율 구간이 당시 1만명에서 지금은 28만명에 이른다”며 “8800만원의 소득이 있는 사람이나 100억원 소득자나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정부 일각에서 반대하고 있지만 법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니 당 정책위원회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 반대를 뚫고라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단순히 최고소득구간 신설만 갖고는 안 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다 하고 있는 주식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이와 함께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문제 등에 대해서도 신중히 논의해서 결정되면 이를 차기 총선 때 공약으로 내놓자”고 덧붙였다.
앞서 오전에 열린 쇄신파 의원 모임 ‘민본21’에서도 부자증세와 관련해 논의가 이뤄졌다.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1억5000만∼2억원 사이에 소득세율 최고구간을 신설해 최대 40%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은 “세법 개정으로 연내 도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방법론에선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부자증세에 대해 지도부와 친박계, 쇄신파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은 또 ‘수정예산’에 준할 정도로 대규모 증세를 통해 민생 예산을 내야 한다는 데에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 대표가 당 정책위에 예산 반영을 강력히 주문한 가운데 유 최고위원도 “어떤 분야를 증액할지 논의하고 예산에 반영할지에 당이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박근혜 전 대표는 “지금은 정치개혁을 할 때가 아니라 예산국회”라며 등록금 문제와 청장년층 실업자, 사회보험료를 못 내는 사각지대를 챙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측근은 “국민들이 정책 변화를 피부에 와 닿게 느끼도록 하려면 말로만 쇄신을 외칠 게 아니라 예산 확보로 정책이 실질적으로 집행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여당 기류와 달리 정부는 버핏세 도입과 예산 증액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정부·청와대 vs 여당’ 간의 일전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당에선 ‘비상 고위 당·정·청 회의’를 신설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 수뇌부가 모여 최우선 민생 과제를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