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리 복마전 된 지자체와 지방의회
입력 2011-11-24 17:55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가 부정과 비리의 온상인 복마전(伏魔殿)으로 변해 버렸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예산의 전용·남용 등 온갖 비리들이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감사원은 최근 전국 49개 광역·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20%에 해당되는 10개 지자체가 지방의원들을 위한 이른바 ‘의원 예산’을 편성한 것을 적발했다. 지자체가 주민들의 혈세를 동네 시루떡 돌리듯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떼어 준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 지방의회들은 의원들의 급여 형태로 지급되는 의정비를 올릴 경우 주민 여론을 반영하라는 지방자치법 조항을 무시하고 불법으로 내년도 의정비를 멋대로 대폭 올렸다. 한마디로 우리 지방자치의 저급한 수준을 말해주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5년간 ‘도의원 전용 예산’ 790억원을 편법으로 편성했고 도의원들은 이 돈을 지역구 사업이나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민간 협회에 써오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경남도도 2009년부터 2년간 도의원 59명에게 매년 1인당 10억원씩 도의원 전용 예산 총 1180억원을 배정했다가 적발됐다. 제주도 역시 ‘의원예산’을 편성했다가 똑같이 적발됐다.
충남도 의회는 의원 의정비 2.3% 인상안을 여론조사에 부친 결과 66.7%가 반대했음에도 오히려 원안보다 높은 3.4% 인상을 결정했다. 충남의 재정자립도는 28.3%로 중앙정부의 보조를 받는 형편이다. 강원도의회도 최근 의정비 5.1% 인상안을 의결했다. 이들이 받는 연간 의정비는 무려 5147만원이다. 기초자치단체인 서울 송파구의 경우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의회의원 의정비를 6.0% 인상해 내년부터 4611만원을 지급한다.
감사원과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불법, 탈법, 편법을 자행한 지자체 및 의회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 지방의원들은 지방자치 시작이 그랬듯 명예직이어야 한다. 그게 지방자치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