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최루탄

입력 2011-11-24 17:48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의사당에 터뜨린 최루탄은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진압 장비다. 1980년대 시위 진압 경찰은 대략 세 종류의 최루탄과 최루가스를 내뿜는 페퍼포그차를 사용했다. 사과탄이라고 해서 시위대 가까이 접근해 투척하는 KM25가 있었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며 여러 차례 폭발하는 ‘지랄탄’이란 다연발탄도 사용됐다.

김 의원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류탄 SY-44는 매우 위험한 물건이었다. 소총에 장착해 쏘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거나 머리 주위에서 폭발하면 인명을 해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조준 사격이 금지돼 있지만 시위가 격화됐을 때 시위대를 직접 겨냥한 장면이 종종 목도되기도 했다. 1960년 4·19를 촉발시킨 것은 최루탄이 눈에 박힌 처참한 모습으로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마산상고생 김주열의 시신이었다. 87년 6월 항쟁에서 최루탄에 맞아 피를 흘리던 연세대생 이한열의 사진은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냈다.

최루탄에 들어가는 성분은 CS, CR, CN, 노니바마이드, 실릴브로마이드 등 다양하다. 최초의 최루탄은 1차대전 당시인 1914년 8월 프랑스군이 사용했다는 주장도 있으나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이듬해 1월 볼리모프 전투에서다. 독일군이 실릴브로마이드 성분의 최루탄 1만8000발을 150㎜ 포로 러시아군에 발사했다. 강추위에 최루성분이 얼어붙었고 바람마저 독일군 쪽으로 불어 작전은 실패했지만 이 화학무기는 ‘바이스크로이츠(흰 십자가)’란 악명을 날렸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최루탄 성분은 CS가스다. 1928년 화합물을 개발한 미국인 벤 코슨과 로저 스터튼의 성에서 첫 자를 땄는데 우리나라에는 80년대 이전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루탄은 안전사고 문제로 김대중 정부 때인 98년부터 사실상 사용되지 않았다. 2009년 쌍용자동차 농성 진압 과정에서 CS분말을 용매에 녹인 최루액이 살포되자 유해성 논란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내년부터 CS용액을 전량 폐기하고 지난해 7월 스위스에서 수입한 파바라는 신형 최루액을 사용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노니바마이드를 주성분으로 하는 파바도 희망버스 집회에 사용된 이후 유해성 논란을 빚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행위는 싸움박질만 하는 국회의 극치를 보여줬다. 최루탄 가루는 털고 씻으면 되지만 정치권을 향해 쏟아지는 따가운 국민들의 비판은 쉽게 털어버릴 수 없으니 그게 문제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