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슈퍼위원회’ 합의 실패… 동유럽도 재정위기 비상
입력 2011-11-22 21:55
글로벌 경제가 미국과 유럽 악재로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경제는 재정적자 감축안을 논의했던 의회 특별위원회인 ‘슈퍼위원회’가 21일(현지시간) 합의 실패를 공식 선언하면서 또 한번 위기에 놓이게 됐다. 남유럽발(發) 재정위기는 동유럽으로 옮아갔고, 프랑스 위기론까지 불거졌다.
◇메가톤급 ‘정치권 싸움’=공동위원장인 민주당 페티 머레이 상원의원과 공화당 젭 헨서링 하원의원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수개월간의 노력이 있었으나 초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슈퍼위원회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을 코앞에 둔 지난 8월 미 의회가 정부 부채한도 증액에 합의하면서 향후 10년간 1조2000억 달러의 재정적자 추가 감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시킨 초당적 의회기구로 양당 6명씩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양당 간 정치 셈법이 합의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부자증세를”, 공화당은 “사회보장제도 예산 삭감”을 내세우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이에 시장에서는 전 세계 경제가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여론이 높다. 정치권의 갈등이 심화되면 임시 예산안으로 간신히 모면했던 국가부도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두 번째 국가 신용등급 강등까지 더해지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실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슈퍼위원회의 감축안 마련 실패에 따른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부를 이달 말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무디스 등은 “하향 조정은 없다”고 일단 불안감을 잠재웠다.
◇동유럽 ‘위험지대’=헝가리 정부가 21일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이어 또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에 재정지원을 요청한 것은 표면적으로 ‘예방적 차원’이라지만 실제로는 경기악화에 따른 정부 부채 급증이 주요 원인이다. 헝가리 정부가 밝힌 국가 빚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82%다. 지난 3월에 비해 7% 포인트 올랐다. 헝가리 화폐인 포린트 가치는 급락을 거듭했고, 국채금리도 7∼8% 올랐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남유럽 재정불량국의 위기가 동유럽까지 번지자 신용등급 최고치인 트리플A 국가들도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자국 은행들에 동유럽에 대한 신규 대출 중단을 지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는 동유럽 국가들에 대출이 특히 많은 오스트리아가 향후 손실 가능성을 차단하고 AAA 등급을 지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대 문제점은 독일과 프랑스의 신용등급 위협이다. 무디스는 “독일 은행 자산이 부채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에 노출돼 있다”며 “프랑스는 향후 몇 개월 안에 신용등급 전망을 현재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