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드라마·영화까지… 은행들 ‘한류 투자’ 러시

입력 2011-11-21 18:24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한국가요), 아시아 드라마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한국형 드라마, 제작비만 100억원이 넘는 한국 특성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인 ‘한류’ 투자에 나섰다. 그동안 ‘리스크가 높다’며 투자에 인색했지만 이제 한류가 ‘반짝’ 흐름이 아니라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드라마, 영화에서 케이팝까지=하나은행은 2009년 브라운관을 달궜던 SBS드라마 ‘아이리스’에 단일 규모로는 가장 많은 40억원을 대출했다. 지난해 개봉된 113억 제작비의 영화 ‘포화속으로’와 지난해 화제를 모은 MBC 드라마 ‘동이’에도 각 30억원을 대출해줬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드라마 ‘동이’는 일본 등 10개국에 수출돼 1060만 달러를 거둬들이며 지난해 수출 1위 드라마로 기록됐다.

기업은행은 대작은 물론 실험적인 단편영화에까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방영 중인 SBS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23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곽경택 감독의 단편영화 ‘미운오리새끼’에도 6억원을 대출해줬다. 수출입은행은 그동안 금융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국내 가수들의 해외 진출도 전폭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특히 국책은행들의 경우 수익성 외에도 정부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 요청을 하고 있어 향후 자금지원 규모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문화콘텐츠 사업은 리스크가 너무 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자금 지원을 받기가 매우 까다로웠다”면서 “그러나 최근 ‘한류’가 안정단계에 접어들었고 금융 노하우도 축적돼 있어 점차 금융기관들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 심사로 리스크 잡는다=21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콘텐츠 사업에 올해부터 3년간 4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던 기업은행은 이미 올해 대출목표(1200억원)를 초과한 1472억원(801건)의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 보증협약 기업대출이 130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특례보증부 대출(문화산업콘텐츠에 한해 저리 보증 대출) 78억원, 완성보증부 대출(프로젝트 완성 후 판매대금으로 대출회수) 46억원 등 순이었다. 미디어 콘텐츠그룹인 CJ E&M과는 아예 업무협약을 맺고 17건에 걸쳐 46억원을 지원했다.

하나은행도 ‘문화콘텐츠 지원대출’을 통해 7월 말까지 19건의 영화에 298억원을 지원했다. 수출입은행도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09억원을 문화콘텐츠 사업에 쏟아부었다.

‘흥행 리스크’는 유관기관과의 협력 심사를 통해 걸러냈다. 기업은행은 기술보증기금과 2년여에 걸친 시뮬레이션 끝에 평가모형을 별도 개발했다.

수출입은행도 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함께 공동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제작비 50억∼100억원짜리가 아니라 그 10배에 달하는 대작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은행의 방침”이라며 “노하우가 쌓이는 대로 대출 규모를 점차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