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뿌리친 이대호… “해외서 몸값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

입력 2011-11-20 19:00

이대호(29)가 100억원을 뿌리치고 일본 무대에 진출한다.

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이대호는 원소속팀 롯데와 19일 3차 협상을 가졌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롯데는 이 날 이대호에게 역대 FA 최대금액인 4년 총액 100억원(보장금액 80억원, 플러스 옵션 20억원)을 최종 제시했지만 이대호가 “해외에서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이대호는 “야구선수로서의 꿈과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구단과 팬들의 사랑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몸값은?=이대호는 2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롯데를 제외한 7개 구단은 물론 해외 구단들과도 자유롭게 몸값 협상을 벌일 수 있다. 특히 이대호가 해외 진출 의사를 밝힘에 따라 최종 행선지는 일본 오릭스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오릭스는 내년 시즌 우승을 위해 오른손 거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이대호가 롯데와 협상에 실패하면 당장 20일부터 영입 작업에 착수한다”고 공개적으로 영입 의사를 드러낸 상황이다.

이대호가 4년 총액 1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금액을 마다하고 일본으로 진출하려는 것은 우선 이번이 일본 진출의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대호는 “어린 시절부터 해외 진출을 학수고대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4년 뒤 도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돈’ 문제 때문이다. 오릭스는 이대호의 영입을 위해 2년간 5억 엔(약 73억원)을 준비했다. 오릭스는 “협상을 시작하면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혀 금액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에 진출한 역대 한국 선수 중 ‘몸값’이 가장 비쌌던 선수는 요미우리에서 4년(2007∼2010년) 간 총액 24억 엔, 연봉으로는 6억 엔을 받았던 이승엽이다.

현실적으로 이대호에게는 일본 진출이 ‘밑져야 본전’이다. 거액을 받고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35)과 김태균(29) 등이 성적부진 등으로 중도 귀국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최고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균의 경우 국내로 유턴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연봉 10억원대를 돌파하는 게 기정사실화 돼 있다.

이대호는 최근 이들에게 일본 프로야구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의 일본 대리인은 이승엽의 전 에이전트 소속 변호사다.

◇일본에서 통할까=이대호의 일본 진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타격면에선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호쾌한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오릭스가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퍼시픽리그 소속이기 때문에 구단에서도 수비가 약한 이대호에 대한 효용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오릭스는 이대호에 대해 오른손 거포라는 것 하나로 영입하려 하고 있다”며 “일본 투수들이 잘 던지는 몸쪽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일본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국에 비해 훨씬 제구력이 좋은 일본 투수와 ‘용병’으로서 경기에 나서야된다는 것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엽과 김태균도 이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내로 유턴했기 때문이다.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은 “일본 투수들이 한국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하면 의외로 고전을 할 수도 있다”면서 “이대호가 잘하기 위해선 일본 투수들에 어떻게 적응을 하느냐, 동료들과 얼마나 잘 융화되느냐, 감독이 얼마나 그를 믿고 출장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